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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Dec 09. 2021

제주도의 겨울

제주도의 겨울이 변했다. 

  제주도는 관광지다. 이 말을 돌이켜 보면 제주도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3년 전에 처음 제주도에 이주했을 때 우리 가족은 제주도의 겨울을 살아보며 여름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고는 했다. 여름 휴가철이면 제주도는 밤낮 관광객으로 붐빈다. 음식점이며 카페, 술집은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제주도 바닷가에서는 밤이 깊어도 불꽃놀이를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제주도에서 여름을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에서 여름 내내 관광객으로 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겨울은 사정이 달랐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처음 정착한 곳은 성산이었다. 성산은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광치기해변, 신양섭지해변 등 제주도 최고의 관광지가 있어 제주도로 관광을 오는 사람이면 무조건 1순위로 찾는 곳이다. 봄이면 유채꽃, 여름이면 수국, 가을이면 억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주도를 물들이는 다채로운 꽃들과 북적이는 관광객을 보며 우리 가족은 성산에서 '제주스러움'을 마음껏 느꼈다. 하지만 겨울은 그렇지 않았다.

  제주도는 겨울이 되면 오후 5시만 되어도 어두워진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비수기이기에 카페와 음식점은 일찍 문을 닫고, 아예 겨울 한 계절 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 해안도로를 달릴 때 바닷가를 따라 조명을 밝히던 음식점과 예쁜 카페들은 겨울이면 모두 잠에 든 것처럼 고요했다. 아내가 퇴근하면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는 했는데, 도중에 어두워져서 돌아오던 때가 많았다.

  "해가 너무 빨리 지는 것 아니야? 밤에 해안도로 타니까 무섭다."

  아내와 나는 매번 이런 대화를 하며 집에 돌아오고는 했다.  

겨울철 성산읍 신양섭지 해변, 겨울의 제주 바다는 쓸쓸하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날씨가 좋으면 관광객처럼 설레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괜히 우울해진다. 어디 갈 곳이 없는 겨울의 제주도는 참 쓸쓸한 곳이다. 그런 제주도의 겨울이 변했다. 

  요즘 제주도의 겨울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다.

  "여보, 지금 비수기 아니야? 성수기 같아."
  공항, 관광지, 음식점, 카페, 바닷가, 오름...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가득한 것을 보며 제주도의 겨울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철에 하루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4만 명이라더니 얼마 전 보았던 뉴스에서 똑같은 기사를 보았다.

제주도를 찾는 하루 평균 인원이 4만 명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다. 해외에 가기 어려우니 비행기를 타고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제주도에 오려는 것이다. 지난주 친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 요즘 제주도 너무 많이 오는 것 아니에요? 호텔을 예약할 수가 없어요. 이젠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내 말을 들은 제주도 토박이 선생님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오~~! 선생님, 제주 사람 다 되었는데요?"

  나도 육지에 뿌리가 있는 사람이기에, 제주도에 오시는 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제주도는 성수기, 비수기가 없다는 것이다. 3년 전, 우리 가족이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느꼈던 겨울의 적막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 제주도는 1년 내내 성수기다.


  제주도로 처음 이주했을 때 겨울철 제주도의 적막함이 싫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사방이 어두컴컴한 집에 있으면 세상에 덩그라니 우리 가족만 있는 것 같았다. 아내와 매일 맥주를 마시며 사이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 맥주 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사실이었다. 지금은 친한 이웃이 많은 타운하우스, 겨울이 되어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애월에 살아 겨울이 되어도 외롭지 않지만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추억이라고...

  가끔은 적막하고 고요한 제주도의 겨울이 그립다. 성산에 살 때 겨울철 밤하늘을 보며 아내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

  과학교육과를 전공해서 별자리에 전문가인 아내는 항상 성산의 밤하늘을 보며 감탄하고는 했다. 

  

  같은 제주도에 살지만 이제는 밤하늘을 잘 올려다 보지 않는다. 

  일상이 바쁘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기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는다. 

  적막하기만 하던......

  제주도의 겨울이 변했다. 

  그리고 나도 변했다.    

나는 오늘도 해안도로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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