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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Dec 19. 2021

드디어 루프탑 텐트를 설치하다

캠핑 제 2막의 시작

  지난주 드디어 루프탑 텐트를 설치했다. 

  아내가 한 달 전에 캠핑에서 손을 크게 다친 후, 이 모든 원인은 설치하기 힘든 리빙쉘 텐트 때문이라는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https://brunch.co.kr/@5c88599d157244a/124

(지난 캠핑 때 아내가 손을 다친 사연은 위의 글에 있다.)


  "휴~~ 알았어. 마음대로 해."

  며칠 아내를 피곤하게 한 후, 반강제적인 승낙을 얻어냈다. 그 뒤로 퇴근 후 폭풍 검색을 시작하였다. 아이캠퍼, 메세타, 아베나키, 스토리지웍스 등 수많은 루프탑텐트 브랜드가 있었다. 소프트탑, 하드탑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두 종류의 루트탑 텐트! 내 기준에서 루프탑텐트는 설치하기에 가장 빠르고 편해야 했기에 하드탑 텐트를 선택했다. 

왼쪽이 소프트탑, 오른쪽이 하드탑이다.

  문제는 가격! 텐트를 설치하기 위한 가로바가 30만원, 루프탑에 연결해서 거실 공간을 만들어내는 어넥스가 60만원, 텐트 본체까지 합하면 300~400만원은 쉽게 넘어섰다. 아무래도 새것을 사기는 부담이 되어 내가 애용하는 당근마켓을 뒤져 다행히 원하는 모델을 조금은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루프탑은 워낙 인기가 있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화요일에 퇴근 후에 설치를 하고 주말이 되기를 기다려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첫 피칭을 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뷰가 멋진 곳에서 피칭을 하고 싶어 찾아간 애월 해안도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하드탑을 열었다. 저절로 열리며 펼쳐지는 텐트! 3분이면 피칭이 되는 텐트를 보니 두 시간 동안 텐트를 치고 팩을 박던 힘겨웠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던 차들도 속도를 늦추며 구경을 했다. 

  "여보, 안 되겠어. 사람들이 쳐다봐서 나 너무 창피해."
  얼른 텐트를 정리했다. 정리하는 것도 어찌나 빠른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집 주차장에서 텐트를 펼쳐보았다. 신경 쓰는 사람도 없고 마음이 편안했다. 

  "얘들아, 나와 봐. 아빠 차 좀 봐!"

  아내의 말에 아이들이
  "우와~~!! 아빠 이게 뭐야?"

소리를 지르며 지붕위 텐트로 올라갔다. 매일 지붕에 얹혀만 있었지, 펼쳐진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라 신기한 지 말했다.

  "아빠, 다락방 같아."
  너희들이 뭘 알긴 아는구나. 바로 그거지, 다락방 감성!  

집앞 주차장에서... 여기가 가장 마음 편하다.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집 주차장에서 펼쳐볼 거면 뭐하러 샀어? 운전하다가 어디서든 펼쳐야 루프탑텐트 아니야?"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내 말이 맞기는 하지만 어떤 일이든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 아니겠는가? 솔직히 아직은 창피하다. 지붕 위 텐트에 올라가 아이들과 사진을 몇 장 찍고는 물어 보았다.

  "우리 오늘 여기서 잘까?"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아니, 아빠 혼자 자."
  정말 아이들은 딱 5분만에 내려왔다. 역시 아이들은 참 솔직하다. 아이들이 들어가고 아무도 관심없는 루프탑텐트를 쓸쓸하게 접으며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캠핑의 시작을 상상해 본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 오름, 숲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있을 우리 가족의 모습과 차량 위에 펼쳐진 루프탑 텐트...


  우리 가족의 제주도 캠핑 제 2막이 시작되었다.  

애월바다 앞에서 이 사진 딱 한 장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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