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교대나 사대를 진학하면 무조건 교사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대학교 4학년이 되면 전 교대생은 무조건 임용고시에 매달렸고 임용고시에 합격을 하면 승리자, 떨어지면 패배자로 인식이 되어 주위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재수, 삼수를 거칠 수록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합격을 할 때까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미뤄야 했다. 그런데 참 세상이 변했다.
나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을 보면 그들이 가진 명석함과 넓은 시야, 도전정신에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신규교사일 때만 해도 차근차근 점수 쌓아 부장교사가 되고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교사의 수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젊은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교장을 꿈꾸며 일찍 그 대열에 합류한 교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젊은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언제든 제 2의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나름대로 하고 있었다. 외국유학길에 오르고, 재테크 공부를 하며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고, 유튜버로 활동하며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교사들을 볼 때 놀랍다. 이러한 교사들은 학급운영이나 수업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배운 것이 이것 뿐이라 제주도로 내려올 때도 임용고시를 다시 보았던 나와 다르게, 정규 교사를 의원면직하고 기간제 교사로만 사는 선생님도 내 주위에 여럿 있다.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한 것이다.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한 번쯤은 사용해 보았을 '클래스팅'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회사를 창업한 조현구 대표는 대구교대를 졸업한 초등교사 출신 기업인이다. 조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누적 가입자가 800만을 돌파하고 1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호텔 예약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데일리 호텔'의 창업자 신재식 현 네스트 컴퍼니 대표도 초등교사 출신이다. 신재식 대표는 '데일리 호텔'을 '야놀자'에 매각하며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되었다. 현재는 유튜브와 각종 강연으로 활동하고 새로운 회사를 경영하는 등 또 다른 일에 도전하고 있다.
요즘 내가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유랑쓰'와 '김켈리 Kellyfornia'이다. '유랑쓰'는 30초반의 나이에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여행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세계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의 명소를 여행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컨텐츠로 올리고 있다. 또한 유랑쓰 부부는 유튜브 수입과 협찬, 광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수입을 올리며 생활을 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시간부자의 길을 택한 그들은 지금도 열정적으로 살며 자신만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김켈리'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던 초등교사 출신의 유튜버이다. 원래 김켈리는 초등임용고시 수험생에게는 임용 2차 시험 수업실연의 바이블로 여겨지던 교사이다. 그녀가 촬영한 수업실연 영상은 한 회 조회수가 263만에 이를 정도로 고시생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경남과 서울에서 두 번 임용고시를 패스한 현직교사가 유튜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나도 구독을 하며 유심히 보았는데, 돌연 올해 2월 의원면직을 하고 교사를 그만 두었다. 지금은 자발적 백수로 지내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너무도 많은 젊은 교사가 교직의 길을 떠나 다른 길에 도전하고 있다. 나와 같은 40대의 중견교사에게는 그러한 도전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생소할 뿐이다. 정말이지 나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모름지기 임용고시를 패스한 교사는 별 사고 없이 무난하게 정년퇴임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 아니었던가?
김켈리 채널
늦바람이 무섭다고 사실 나도 제 2의 삶을 꿈꾼다.
나의 바람은 어찌보면 소박하기도, 원대하기도 하다. 나의 바람은 시간부자가 되어 전국의 여행지를 다니며 글을 쓰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하여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데, 사실 아이를 둘이나 둔 40대의 가장이 내 꿈만을 위하여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40대에 들어서면 가장 주의해야 할 말이 꼰대, 라떼이다.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요즘 교사들 참 예의 없어.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는 한다. 그런 말이 오고가는 자리에 있을 때면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하는 선배교사들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