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의대와 교대의 공통점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바로 의대와 교대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목적 대학교'라는 점이다. 특히 교육대학교는 초등교사를 양성할 단 하나의 목적으로 국가에서 설립한 국립대학교이다. 전국에는 11개의 교육대학교가 있고 초등교사가 되는 것은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거나 한국교원대학교, 제주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이처럼 교육대학교가 의대처럼 '목적 대학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예전에는 중등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워진 사범대학교가 있었지만 종합대학교에 편입되어 목적성을 상실한 지 오래 되었다. 아직 교육대학교가 목적 대학교로써 이어져 오고 있지만 요즘 교육대학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내가 교대에 입학했을 때 교대생의 시간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종합대학교는 교양과목과 필수과목을 학생이 선택해 자신의 시간표를 구성할 수 있는데 교육대학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모든 과목의 이론과 실기를 배워야 하기에 거의 모든 시간표가 고정되어 있었고 심지어 0.5점 학점이 있었는데 서양미술 0.5학점 동양미술 0.5학점이 이런 식으로 두 과목을 모두 이수해야 1학점이 완성되었다.(심지어 시간은 4시간이나 되었다. 4시간에 1학점!) 고등학교 시간표보다 빽빽한 시간표를 보며 한숨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교대를 졸업한 지 오래 되었으니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교대의 교육과정은 모두 초등교사가 알아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과목으로 꽉 채워져 있다. 교대를 졸업하는 99%의 학생들이 임용고시를 보고 초등교사가 되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교대를 졸업하면 이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2010년대까지는 국가에서도 초등교사를 어느 정도 뽑아 주어서 교사가 되고자 하는 대부분의 교대생들은 교사의 꿈을 이루었다. 교대는 한때 취업이 잘 되는 인기있는 대학이었다.
예전에 '더 글로리'를 보다가 화면에 내가 졸업한 학교가 나와서 어찌나 반갑던지.... 동은이랑 동문이네!(단! 의천교육대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예전 일이 되어 버렸다. 얼마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학년도 전국 초등 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였다. 교대를 나와도 임용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시험에는 경쟁이 있고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있다지만 '목적 대학교'인 교육대학교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같은 목적대학교인 '의과대학교'의 의사 시험은 초등교사의 임용고시처럼 경쟁 위주의 상대평가가 아닌 자격시험의 절대평가인 것과 비교해도 같지 않다. 대학교 4년을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만을 해왔던 교육대학교 졸업생이 사회에 나와 교사가 아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먼저 교대를 졸업했고 교사가 된 선배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대학교의 취업 불패 신화는 이미 끝이 났다. 이제는 교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를 반증하듯이 교대생의 자퇴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교권침해로 인한 교사들의 암울한 현실은 많은 예비 교사들을 돌아서게 하고 있다. 분명 교대에 입학할 때는 공부 잘하고 똑똑한 꿈많은 인재였을텐데 4년 후의 세상은 암울하고 불투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