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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에서 이웃과 살기

제주도에서 만난 이웃사촌

by JJ teacher

나는 지금 타운하우스에 산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연세를 살고 있는데, 연세란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말한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많은 타운하우스가 있다. 내가 타운하우스에서 연세로 산다고 하니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마당이 있는 생활은 어떤지, 집은 얼마나 좋은지, 선생이 뭔 돈이 있어 타운하우스에 사냐는 둥(선생도 타운하우스에서 살 수 있다.)

그중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가격이다. 타운하우스에 살려면 1년에 얼마나 내야 하는지. 내가 연세 비용을 이야기하면 다들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돈 아깝지 않으세요?”
타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다. 그들 대부분은 연세를 산다. 제주도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덜컥 집을 살 수가 없고, 전세를 살면 이사를 가고자 할 때 어려운 일을 당할 수 있다. 당연히 돈은 아깝지만 연세는 제주도에 사는 외지인에게는 최선인 셈이다.

내가 사는 애월의 타운하우스

처음에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올 때

‘참 우리도 별나다.’

라고 생각했는데 타운하우스에 입주해 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난 사람 투성이다.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이웃 중 서울 강남에서 태어나 강남 8학군에서 교육을 받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부부가 있다. 여자는 유명 백화점 브랜드 가방 디자이너였고, 남자는 게임회사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런 부부가 지금 제주도에 내려와 아내는 전업주부로, 남편은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다른 부부는 남자가 대기업 팀장인데 제주도가 좋아 육아휴직을 하고 온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이 남자는 지금 심각하게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이곳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 밖에도 사관학교를 나온 군인 부부, 온라인 화장품 회사 직원 등 직종도 다양하다. 우리는 그런 다양한 이웃들과 정말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타운하우스에 사는 가족들의 특징으로는 자녀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학교에 다녀와 우루루 몰려다니며 자전거를 타고, 이집저집 놀러다니는 바람에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집에서는 주말마다 바베큐 파티가 열린다. 흑돼지 판매 사업을 하는 강남 출신 부부가 고기를 무제한 공짜로 공급하고, 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숯불만 피우면 된다. 주말마다 파티를 하다보니 나도 어느새 술꾼이 다 되었다. 다이어트는 애초에 포기해야 한다. 타운하우스 아이들은 주말마다 파자마 파티를 연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함께 여행을 간다.

이웃과 함께 준비하는 저녁 메뉴- 맛있는 음식도 함께 해야 더 맛있다.

도시에서의 이웃은 어떠한가? 나는 서울 아파트에 살 때 단 한 번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안 적이 없다.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서울과 부산의 거리보다 먼 것이 이웃이었다. 지금 타운하우스에서는 옆집 아이가 자전거를 언제 바꾸었는지, 어떤 신발을 샀는지까지 다 안다. 또한 옆집 가족이 주말에 어디를 가는지, 누가 놀러 왔는지 안다. 심지어 옆집에 온 손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한다. 강남 부부의 아내분 친구는 나를 이제 형부라고 부른다.

주말마다 이웃과 저녁을 먹고, 밤새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끔 피곤할 때도 있다. 과음을 해서 다음 날 하루가 지워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다음 주는 가족끼리 조용히 좀 보내자.’

라고 생각하지만 매주 똑같은 일이 반복이다. 오늘도 옆집 부부와 술약속이 있다.

매주 이웃과 파티를 하다보니

주말을 보내고 나면 더 피곤하다.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쁘다.

하지만...

이웃과 술 한잔을 하며 제주살이의 기쁨과 고충을 나누다 보면

세상 사는 맛이 난다.

술 한 잔이 맛이 난다.

제주살이가 살 맛난다.


우리 가족은 지금 타운하우스에서

이웃사촌과 살고 있다.

옆집 아이들과 함께- 이제는 정말 가족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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