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제주도 중학교 배정을 받았다.
아이가 제주도 중학교 배정을 받았다.
우리 가족의 제주도 전원 생활의 끝이 보이고 있다.
제주살이에 대해 막연하게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
제주도에서 아이를 키워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사실,
제주도에서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에서의 전원생활은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까지라는 것이다.
이번주에 첫째 아이 중학교 배정이 발표났다.
제주도는 중학교 입학 방법이 육지와 완전히 다르다. 6학년 현재 소속되어 있는 학교를 기준으로 지원서를 내는 것인데 1지망에서 9지망까지 반드시 적어내야 한다. 그것을 기준으로 전산시스템을 돌려 중학교를 배정한다. 자연스럽게 교육환경이 좋은 중학교로 1지망이 몰리는데 1지망에서 떨어지면 생각하지도 않은 엉뚱한 학교로 배정을 받을 수가 있다.(흔히 2~9지망은 빈 칸 채우기 용도로 써서 낸다.) 그래서 나와 같은 제주도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2지망이다. 1지망에 떨어지면 2지망을 배정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안정 지원하라는 것이다. 중입 배정이 발표나고 원하는 학교로 배정 받지 못한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로 항의전화를 하는 일, 교무실 전화기가 불이 나는 일! 이것은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학부모님! 학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교육청 시스템이 모든 일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1지망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이 학교는 제주도에서도 가장 인기가 좋은 '제주도의 강남, 제주도의 대치동'에 위치한 학교다. 원하는 학교에 배정을 받았으니 다행이기는 한데,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이사문제다. 아이가 배정을 받은 학교는 제주도에서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으로 타운하우스나 주택이 없다. 지금 사는 곳에서 아이가 학교를 다니려면 반드시 라이딩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8km 거리를 3년 동안 등하교 시킨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결국 답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인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5년을 전원생활을 하다보니 짐이 어마어마 하다. 잔디깎기, 캠핑용품, 웨버, 수영장, 창고..... 아파트에서 수용이 불가한 물건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둘째, 가족 모두가 야생이 되어 버렸다. 집에서 줄넘기 하고 달리기 하고, 매일 파티를 하던 우리 가족이 층간소음 걱정에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다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우리와 함께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진돗개 제주이다. 다른 것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데 얘만큼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소형견도 아닌 오리지널 진돗개가 아파트에서 짖어댄다고 생각하니 아파트 이사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강아지 제주를 처음 들여올 때부터 '반드시 책임진다.'라는 마음으로 데리고 왔기에 파양은 생각할 수 없다.
며칠을 이렇게 고민하다 보니 왜 많은 제주 이주민들이 다시 육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제주도의 중학교는 제주도심과 시골이 너무도 큰 차이가 있기에 시골의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읍면 지역 학교는 주위에 그 흔한 학원조차 없다.) 초등학교야 어디든 별 문제가 없지만 입시가 달린 중학교부터는 문제가 달라진다. 도시처럼 중학교의 수준이 평준화 되어 있지 않고 격차가 큰 제주도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제주도 인구의 60%이상이 제주도심에 모여 사는 것이다. 제주도 토박이분들의 경우,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자 산간이나 바닷가 지역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제주시로 유학을 와서 자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며 지금까지 제주도 전원생활을 행복해 했던 우리 가족인데, 아이의 중학교 문제로 위기가 닥치다니..... 아파트에 살려고 서울에서 제주도에 온 것이 아닌데 말이다. 오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상가건물 주인집이 있다고 해서 보고 왔다. 학교도 가깝고 집 상태도 좋아 다행이긴 한데, 연세(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개념) 3,000만원이라는 이야기에 선뜻 계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처럼 아이를 등하교 시켜야 하나...... 고민이다.
제주도는 참 멋진 곳이다. 아름다운 오름과 산, 바다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곳. 하지만 제주도 이주 5년차 도민으로서 제주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제주도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고 성급히 이주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으로서 보는 제주도와 도민으로서 사는 제주도는 다르다. 우리 가족처럼 아예 제주도 이주를 한다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집, 학교, 택배, 교통, 난방, 병원, 문화, 각종 인프라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환상만을 가지고 이주를 감행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된다.
제주도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왔던 우리 가족,
우리 가족에게 닥친 이 위기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현명하게 헤처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