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연습중
이런 것도 통하는 것이라고...... 아내와 나는 술을 좋아한다.
바쁘고 치열했던 서울 직장 생활! 아내와 나의 낙(㦡)은 아이들 재우고 마시는 '네 캔 만원 맥주'였다. 제주도 병에 걸려 제주도 이주를 꿈꾸었을 때도, 제주도로 이주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연고라고는 아무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제주도에서 아내와 나의 유일한 기쁨은 맥주였다. 아이들 모두 재우고 둘이서 마시는 술이 참 좋았다. 그런데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적당해야 하는데 이건 매일이 술이니 몸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그때 내가 술을 마시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많이 했던 말이
"공기 좋은 곳에서 마시는 술은 취하지 않아!"
였다.(하지만 매일 취했다) 성산에서 애월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온 후 우리의 음주 생활은 절정에 달했다. 술 좋아하는, 특히 독주를 좋아하는 이웃을 만나 주말마다 술파티였다. 지화자~~~ 자연스럽게 우리 집안의 가계 지출에서 술값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몸도 버티기 힘들어져 가는 것을 느낄 때 쯤,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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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맥주를 좋아하는지는 이 글에 잘 나와있다. )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큰 욕심이 없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날이 갈 수록 볼록하게 나오는 배 때문에 양복을 입어도 옷태가 나지 않았다. 나는 출근할 때 정장 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음주로 인한 복부 비만 때문에 그 좋아하던 정장을 점차 피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당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헬스장을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운동이 개인 pt를 200여회 받고 운동 목표를 '바디프로필'로 세우면서 진지해졌다. 그리고 7월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일주일에 여섯 번 헬스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본격적인 체중조절에 들어가며 정작 힘든 것이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운동도, 식단도 아닌 맥주였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맥주 한 캔씩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씻겨 내려가듯 했는데 그것을 참아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심지어 아내는 내 옆에서 맥주를 마신다. 아주 시원하게!) 직장 회식이 있어도, 저녁 약속 자리가 있어도, 손님이 찾아와도, 심지어 캠핑을 가서도 남이 마시는 맥주를 구경만 하니 이것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없었다. 그리고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말들!
"그냥 마셔! 하루 정도는 괜찮아."
"오랜만인데 술도 안 마시고 섭섭해!"
"그냥 살아. 뭐 그렇게 힘들게 살아?"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에라~ 모르겠다!"
하며 시원하게 원샷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입밖까지 튀어나오려 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힘들게 금주를 한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노력 없는 결실은 없다고...
금주 한 달이 되니 확실히 변화가 있다. 금주 한 달이 내게 준 변화를 이야기 하면,
첫째, 속이 편안해졌다. 나는 원래 평소에 더부룩함을 몸에 달고 사는 편이다. 몸안에 항상 가스가 차있고 더부룩해 밥을 먹을 때, 물을 마시지 않으면 밥을 먹기가 힘들었다. 생목이 자주 올라오고 속이 자주 쓰렸는데 닭가슴살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고 술을 끊었더니 더부룩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스가 차지 않고 속이 항상 편안하다.
둘째, 배가 들어가고 있다. 40대가 되면 급격하게 배가 나오는 이유가 불규칙적인 식사와 음주로 인해 쌓인 내장지방 때문이라고 하는데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술을 끊으니 하루하루 배가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 초반 뱃살이 빠지지 않는 정체기를 벗어나니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한다.
셋째, 가정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 가계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술값이 줄어들면서 우리 가족은 술값에 드는 비용을 닭가슴살이나 소고기, 과일 등 식단에 투자하고 있다. 더불어 맥주캔이나 소주병 등 재활용 쓰레기가 줄어들어 클린하우스에 가는 횟수도 줄어 들었다.
넷째, 주말의 시간이 온전하다. 주말마다 파티를 벌이던 시절, 아내와 나에게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이 없었다. 술병이 나서 누워 있는 일이 많았기에 주말이 허무하게 흘러가버리는 불상사가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출근할 때와 똑같은 시각에 깨어서 주말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이 온전하니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났다.
다섯째, 아이들과의 시간이 늘어났다. 이웃과 술을 마실 때면 아이들은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른들이 모여 술을 마실 때 아이들이 하는 일이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붙잡고 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따로 파티를 하지 않고 항상 온전한 정신으로 있으니 아이들에게 집중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집안이 더 화목해졌다.
그리고 신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여섯째, 금주를 한 달 해보니 술맛이 예전 같지 않다. 집에 손님이 찾아와 따라주는 맥주를 예의상 받아 입에 대본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맛은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그 뒤로는 맥주가 냉장고에 있어도 쳐다보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맥주 맛이 변한 것이 아니라 술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니 맛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 나는 7월 바디프로필 촬영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하루 네 끼를 닭가슴살만 먹고 양념이 된 음식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고. 당분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사라지겠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더 집중하려 한다.
한때 가장 가깝고 소중했던 친구와의 이별이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