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teacher Apr 17. 2021

제주도 초등학교 이야기

-코로나 19와 제주도 초등학교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한 번 정도 '제주도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란 하늘과 드넓은 잔디 운동장, 여기에 바다까지 보이는 학교라면 정말 아이들이 행복할 것만 같다. 나도 항상 이런 상상을 해왔다.

  나는 초등학생 아들, 딸을 키우는 부모이자 제주도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제주도 초등학교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도시와 제주도 초등학교와의 장단점을 항상 비교하며 지낸다.

  요즘 제주도로 이주해 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이 이주를 많이 해오는데 이는 코로나 19의 영향이기도 하다. 작년에 2학년 담임교사를 했는데 3월 초에 19명이었던 학급인원이 학년말이 되자 24명까지 늘어났다. 다른 학년 사정은 더했다. 기어이 올해는 학년에 따라 학급을 증설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학생수가 줄어 학교를 폐교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제주도 초등학교로의 전입학은 계속 늘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 제주도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넓은 잔디 운동장이 떠올랐다. 여행자로 왔을 때 바라본 제주도의 모든 초등학교는 푸른 잔디가 깔려있었다. 천연잔디 운동장은 정말 넓다. 서울에서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1,500명 정도의 학생이 있는 서울에서 중간 규모의 학교였는데 솔직히 난 아이들이 불쌍했다. 체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체육관이 있었지만 짜여진 체육시간 외에 쓰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초등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왜 피구를 많이 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구기운동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정말 과장하지 않고 초등학교 운동장이 대학교 운동장만하다. 거기에 거의 모든 학교에 커다란 체육관도 지어져 있다. 체육관을 한 학급이 통째로 차지한채 체육활동을 하고, 운동장에서는 운동장 전체를 20여명의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축구를 한다. 제주도의 아이들은 이것을 당연한 듯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제주도 아이들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보인다. 지난주 3학년 아이들과 티볼 수업을 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치고 달리고, 공 던지며 땀을 흘렸다. 코로나로 체육수업은 커녕 학교도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는 도시의 대형 학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제주도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에 관하여 제주도 학교만큼은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제주도는 지금도 99% 학생들이 전면등교를 하고 있으며, 정상수업이 이루어진지 오래되었다.

광활한 제주도 초등학교 운동장

  서울에서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연구학교에서 부장교사를 하며 쉼없이 회의하고, 연구했다.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박사까지 진학을 했다. 주변에서 모두들 그렇게 하니 이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점수를 쌓아 교사를 거쳐 부장교사, 교감, 교장의 길을 걷는 것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겼다. 지금 와서 반성해보면 이러한 일들의 중심에 학생들이 없었다. 남과 경쟁했고 그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나의 교육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하고 싶고,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학급운영을 하고 싶다.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보인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사를 좋아한다. 심지어 경쟁관계이기만했던 동료 교사들도 나에게 호의적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 젊은 나이에 부장교사를 관두고 서울에서 내려온 내가 야망도 없고, 발전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발전을 했다고 자부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교대를 다닐 때, 교사가 되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이 말이 요즘은 진실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교사인 내가 행복하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예쁘다. 오늘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운동장에서 축구수업을 하고 있는 고학년 아이들이 예뻐보여 혼자 사진을 찍었다. 내가 담임도 아니고, 가르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까지 애정을 가지는 일을 예전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이 넓은 운동장을 20명 남짓의 아이들이 통째로 쓴다.

  제주도이주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또한 교사로서의 내 모습을 성찰해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었다. 지금 나는 교사로서 행복하다.


  이제야 비로소 교사가 되어가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제주도 캠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