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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10. 2023

다시 시작된 캠핑, 지붕 위에서의 하룻밤

1년만에 찾은 새별오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내 탓이다. 온갖 캠핑장비를 질러놓고 호캉스만 즐겼던 것도, 캠핑장비를 창고에 박아넣은 것도, 카니발 자동차 위의 루프탑텐트를 보며 '저걸 어떻게 처분하지?'하며 갈등을 했던 것도 모두 내 탓이다. 덥네, 춥네하며 날씨 핑계를 대고 캠핑을 멀리 했던 것도 날씨가 아닌 내 마음에 선선한 여유의 바람이 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에 지쳐, 삶에 지쳐, 운동에 지쳐 캠핑과는 꽤 긴 이별을 했다.

  토요일 밤 9시 아내가 오늘은 꼭 캠핑을 가야겠다며 짐을 챙길 때도 나는 내심 아내가

  "너무 늦었나? 다음에 가자."
라고 말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마당의 창고에서 캠핑장비를 꺼낼 때에는 '얼른 호텔 예약을 해버릴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하랴.... 우리 집에서는 아내의 말이 법인 것을. 그렇게 우리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새별오름에 도착했다.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것이, 막상 새별 오름에 오니 좋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풀벌레 소리 뿐인 주변이,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하늘의 별들이, 심장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만 같은 깨끗한 공기가 좋았다. 이것이 바로 캠핑의 맛, 특히 노지캠핑의 매력인 것을 잠시 잊었었다. 지붕 위에 올려져 있는 루프탑 텐트를 오랜만에 열었다. 3분이면 모든 셋팅이 끝나는 루프탑 텐트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좋지? 어때, 나의 추진력!"

  동의하기 싫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에

  "그래, 네 덕분이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오랜만의 캠핑에 기분이 좋은지 2층 다락방에서 노는 기분으로 루프탑 텐트에 누워 별을 보고 바람을 느꼈다. 뒹굴뒹굴거리다 잠이 든 아내와 아이를 확인하고 내려와 잠자리 셋팅을 마친 카니발 안에서 잠시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9월초인데도 꽤 쌀쌀한 날씨에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역시 잠은 집에서 자야 편하지.'

라는 생각을 할 때 바라본 새벽 새별오름의 풍경, 나는 잠시 넋을 잃었다. 그래! 여기는 제주도구나.

  "우리 '올해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올가을에 열심히 캠핑이나 다니자."

라는 아내의 말에 이번 가을 제주도 곳곳을 누비리라고 다짐했다.

말도 안되는 아침 풍경, 새별오름

  익숙해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똑같이 아름답고 멋진 것일지라도 특별함을 느끼기 어렵고 무뎌지기 때문이다. 감동과 여운도 지속적으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며 게으른 사람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살아있는 시간은 모두 한정적이기에 얼마나 감동을 많이 느끼며 사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행복이 결정된다. 행복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이 느끼며 살기 위하여 내려온 제주도, 특별한 삶을 위하여 내려온 제주도이기에 더욱 부지런하게 느끼고, 감탄하고, 사색하며 살아야겠다.

  다시 시작된 캠핑, 지붕 위에서의 하룻밤.

  이 수많은 하룻밤이 모여 가족간의 추억과 사랑이 생기고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캠핑일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캠핑을 마치고 찾은 무민카페, 이곳에서 글을 쓴다. 이것이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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