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야 하는 욕심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피곤함을 잘 느끼고 상처를 받으면 쉽게 마음을 닫아 버리기도 한다. 이 사람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뒤돌아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역시 혼자가 가장 편해.'
내가 인간관계에 서툴다고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사람과 잘 지내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며 소외감을 느끼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게 만들었다.
서울로 파견근무를 오게 되면서 나는 내 공간에서 거의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담임을 맡지 않았기에 학년과 소통할 일이 없고 전담교사로 전담실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기에 수업이 끝나면 나를 찾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가면 나는 빈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업무를 처리하며 조용히 지내다가 퇴근을 한다. 서울의 직장동료들은 제주에서 온 나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지만 먼저 다가오지 않는 나를 굳이 찾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호의와 긴장감 사이를 아슬아슬 넘나든다. 다행히 지금 직장에 좋은 분들만 있어서 가끔 내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해 주지만 아직 사이가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 이러한 상황이 딱! 좋다.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관계가 힘들어지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알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이 내 삶에 깊숙하게 침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처음에는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처럼 마음을 주고 매일을 붙어다니며 더할 나위 없는 사이로 지내지만 관계가 깊어지면 인연의 유통기한도 짧아진다.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게 되고 오해가 쌓이면서 관계에 금이 가고 결국은 깨지고 만다. 좋은 인연으로 원만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것,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왜? 왜 모두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내가 30대 초반 직장동료 관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나와 가깝게 지내던 선배교사가 했던 말이다.
"나는 애초에 나를 좋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나 좋아하는 것,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마음 맞는 몇 사람하고만 잘 지내며 사는 거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있어서는 안되고, 나를 욕하는 것도 싫고,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해주었으면 하는 것. 그것만큼 말도 안되는 욕심이 없다.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괜히 사람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 하는 것, 그것은 어리석은 욕심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혼자 지내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외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 사이 친분과 불편함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예의를 지키며 진중하게 사람을 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낸다면 적어도 상대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관계를 망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뭐 또 오해를 사거나 욕 좀 먹으면 또 어떤가?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결국....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도
우리가 덜어내야 하는 욕심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