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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를 짝사랑했다

오랜만에 하는 제주도 이야기

by JJ teacher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내가 7년 전 제주도로 무작정 이주한 것은 '제주도가 좋다.'는 이유 단 한가지였다. 다른 어떤 이유도 없었다. 제주도로 떠나며 나는 그동안 서울에서 쌓아왔던 모든 것을 다 놓아 버렸다. 제주도에서 백지 상태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7년 후 딸을 따라 다시 서울로 올라오면서 나는 분명하게 깨달았다. '나는 제주도를 짝사랑했다.'라는 것을.....


제주도 사람들은 참 순박하다. 반면에 참 투박하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마음을 잘 주지 않는다. 하지만 경계심이 풀어지면 또 한없이 내어준다. 제주도에 7년 살며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달았다. 몇 백년, 아니 몇 천년을 똘똘 뭉쳐 지역문화를 이루고 공동체로 살며 이만큼 제주도를 일궈왔는데 외지인이 자꾸 들어오니 별로 반가울리 없는 것, 어쩌면 그것조차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내가 제주도에 발령이 나서 근무하게 되고 현지사람과 친분이 쌓이면 대부분 의심어린 시선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온 거에요?"

제주도에 아는 친척도, 연고도 없는 그것도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하니 무슨 사고라도 치고 내려왔나 하는 의심인 것 같았다.

"제주도에 내려오려면 무슨 사연이 있어야 하나봐요. 정말 제주도가 좋아서 내려왔다니까요?"


제주도를 떠나 서울에 오니 제주도가 그립다. 아무리 서울이 편리하고 좋다고 해도 7년 전 자석처럼 나를 당기던 그 끌림은 여전하다. 제주바다의 검은 돌과 깨끗한 바다, 하늘과 오름이 보고 싶다. 봄이면 유채꽃이, 여름이면 수국이, 가을이면 억새가, 겨울이면 동백꽃과 감귤이 가득한 제주도가 아른거린다. 40년 넘게 육지에서 살던 육지것이 어떻게 날 때부터 제주사람이던 그들과 같을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것도 내가 내려놓아야 하는 욕심일 것이다. 내가 제주도를 선택한 것은 제주토박이가 되기 위함도 아니고 그들과 똑같이 살기 위함도 아니었기에 제주사회에 섞이지 못함을 아쉬워하거나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그냥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제주도를 사랑하며 살고자 한다. '욕심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라는 말처럼 내면의 중심을 잡고 중도를 지키며 살아야겠다.


지금쯤 성산에 가면 유채꽃이 만발하겠지? 제주도에서 마셨던 '제주막걸리'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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