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오니 캠핑이 그립다
제주에 살 때 나의 유일한 취미와 관심사는 캠핑이었다. 그때는 캠핑의 늪에 빠져 시중에 나온 다양한 텐트와 캠핑용품은 모두 사모을 기세로 덤벼들었다. 처음에는 미니멀 캠핑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캠퍼들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캠핑을 다녀오면 다녀올 수록 필요한 것이 끊임없이 생긴다는 것을.... 결국 나는 마당 한켠에 캠핑장비 수납을 위한 창고를 짓고 캠핑을 위해 차를 바꾸고 바꾼 차 위에 루프탑텐트를 올리는 경지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하지만 캠핑도 한때라는 말이 맞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 수록 캠핑의 횟수가 줄어들더니 고학년이 되자 아예 따라나서지 않기 시작했다.
"집이 훨씬 편한데 왜 굳이 밖에서 불편하게 자? 차라리 호텔 가던지."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고 원래 캠핑보다는 호텔을 좋아했던 아내는 아이들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캠핑을 멀리했다. 가족들의 호응은 없지, 나도 예전처럼 젊지 않지, 힘도 없지.... 그렇게 우리 가족 캠핑의 역사는 저물어갔다. 나는 우선 차 위에 항상 얹고 다녔던 루프탑텐트를 헐값에 팔아넘겼다. 루프탑텐트를 떼자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낑낑거리던 나의 카니발이 스포츠카가 된 것처럼 쌩쌩 움직였다. 밀크박스로 세 박스가 넘게 있던 장비들은 창고 저 깊숙이 박혀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때마침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온 우리 가족은 더더욱 캠핑과는 멀어진 삶을 살았다. 그렇게 캠핑을 가지 않은 시간이 2년이 다 되어간다.
다시 돌아온 서울....
딸아이와 좁디좁은 오피스텔에 어깨를 부딪히며 살다보니 캠핑이 그립다. 제주도에 살 때는 캠핑을 가지 않아도 거실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면 바다와 오름이 보였는데, 서울 창밖을 보니 온통 아파트와 빌라, 빌딩 등 건물밖에 없다. 빼곡하게 채워진 건물의 풍경을 볼 때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다.
'다시 캠핑을 시작해 볼까? 캠핑이 힘들면 차박이라도 해볼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이 참 우습다. 오랜만에 서울에 살게 되었을 때 딸과 나는 서울의 편리함에 쾌재를 불렀다. 오늘 아침에 시킨 택배가 저녁에 도착해 있지를 않나, 제주에서는 '텅~~' 비어있던 배달앱이 서울에서는 지나치게 다양하고 많은 음식점과 메뉴에 고민이 되고, 걸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인프라는 제주에서는 느끼기 힘든 도시의 매력이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철과 서울역에만 가면 대한민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교통의 편리함까지! 분명 서울이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존재에 양이 있다면 음이 있듯이 서울에서 한 달 정도 지내보니 제주의 자연이 그립다. 주말이면 제주 곳곳을 누비며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서울과 제주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두 곳의 매력은 너무도 극단적이다. 그래서 제주에 있으면 서울이 그립고 서울에 있으면 제주가 그립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당분간 서울에서 지내며 제주도를 오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 주말부부가 되고 두 집 살림을 해야하는 이유로 금전적인 지출도 만만치가 않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나를 부러워할 지도, 이러한 삶을 꿈꿀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을 궁금해 하고 부러워하는 법이니까. 따지고 보면 인생은 정답이 없고 상대적이다. 제주에 살면 서울에 살고 싶고, 서울에 살면 제주에 살고 싶듯이..... 결국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주어진 현실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사는 것이 아닐까?
서울에 오니 캠핑이 그립다.
이제 곧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