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로 출근한다
서울을 떠나 제주로 갈 때, 서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냥 그곳에서 평생 바다를 바라보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 특유의 텃세와 비바람, 태풍 등 험한 날씨와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제주도가 싫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만큼 제주도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섬살이가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제주도에 대한 마음은 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도 자식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결국 딸을 따라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온 지 3주!
동물은 모두 귀소본능이 있다고 했나? 처음 제주도를 떠날 때는 '저 복잡한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지금은 서울을 떠난 적이 없던 사람처럼 생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운전이었다. '저 복잡한 도로에서 내가 다시 운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하던 가락은 남아 있었다. 서울에 온 첫날부터 아주 잘 적응해서 어려움이 없다.
다시 돌아온 서울,
7년전 제주도로 떠날 때는 몰랐는데 다시 서울에 오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원래 서울 사람들을 싫어했다. 개인주의이고 무표정하고 깍쟁이같은 모습들..... 오랜만에 돌아와 서울 사람들을 보니 서울 사람들은 참 친절했다. 속마음은 어떨지언정 상대방을 대할 때는 예의있고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했다. 사람들을 대할 때 다소 투박한 지방사람들과 너무도 다른 친절함에 딸도
"서울 사람들은 왜 이리 친절해?"
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서울 학교로 발령을 받아 출근을 하게 되었다. 딸의 중학교 문제로 딸뒷바라지하며 살고 있는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학교에서는 담당 학년부터, 업무까지 내 사정을 고려해 배정해 주었다. 담임이 아닌 교과전담을 원했던 이유로 팔자에도 없는 영어전담 교사를 하게 되었지만(더군다나 원어민 교사와 팀티칭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 따뜻하게 말붙여주고 챙겨주었다. 그래서인지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도대체 7년 전, 나는 무엇이 그리 싫어 서울을 떠나려 했을까? 어떠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외지에서 온 사람을 받아들이는 서울 사람들을 보며 세삼 생각나는 말이 있다.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
서울에서 살 때 일이 풀리지 않고 힘들었던 문제상황을 나는 '서울'이라는 존재에 투사했다. 결국 문제는 내 마음 속에 있었다. 제주도에 살며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여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그때의 마음이 평화로웠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었다. 이렇게 당연한 이치를 나는 왜 이리 큰 댓가를 치르고 알게 된 것일까?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깨달음을 위해 치른 댓가라면 감사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에 있었던 몇 년의 시간 동안 내가 행복했던 것도, 내가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잠시 제주도를 떠나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서울에 파견을 온 2년의 시간이 될 지, 아니면 더 긴 시간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 내 인생에 닥칠 행복과 절망을 다른 무언가에 투사하며 살지 않을 것이다. 직면한 사실 그대로를 정직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살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행복은 결국 우리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