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모의 세계가 아이의 세계가 되면 안 된다.

인 투더 월드!

by 제이투 J

부모의 세계가 아이의 세계가 되면 안 된다. 인 투더 월드!


일요일 아침 피곤한 몸을 깨우고 커피 한잔하는 동안 오늘은 아이랑 어느 키즈카페에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부인이 나에게 오더니 애니메이션 재밌는 게 개봉했으니 오늘은 키즈카페 가지 말고 영화관에 가서 애니메이션 한편보고 오자는 것이다. 내심 지루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아이랑 아내 둘이 애니메이션 보러 가게 하고 따로 나와 서점에 가서 책 냄새나 맡아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아빠랑 같이 꼭 보고 싶다며 팔을 붙들었다. 그럼 “우리 같이 애니메이션 보러 가자” 영화관으로 출발했다. 애니메이션 제목은 인투더 월드였다.


<인투더월드>는 미니언즈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신작이었다.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지만,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오리 가족의 성장 서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제목과 포맷에서부터 도전에 대한 강한 향기가 났다. 제목 자체부터가 <인투 더 월드>다. 즉! 망설이지 말고 세상 밖으로 과감히 도전하라는 것이다. 또한 새의 자유로움을 통해서 갇혀있지만 어디든 날아갈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포맷을 설정해 줄거리를 전개해 나갔다. 아무 생각도 없이 보러 왔다 숨은 뜻을 알게 돼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빠 엄마, 두 남매 오리 가족이 세상 밖으로 떠나는 좌충우돌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아빠 오리 "맥"은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며 자신이 설정해 놓은 연못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고 가르쳐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두 남매 오리 "댁 "과 "그웩"은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아빠 "맥"은 밖으로 나가면 무서운 천적도 많고 나가게 되면 무서운 맹수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오리 가족 모두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고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곳에 도달하게 된다. 수많은 죽을 고비를 마주하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오리 가족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면서 목적지에 다다른다. 처음 오리 가족 모두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마지막 목적지 도착할 때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또다시 오리 가족은 다른 목적지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SE-6fe33a6d-e4d7-466b-b625-4f0f258714e3.jpg


서른 후반에 돼서야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글을 쓰며 작가가 되었다. 체육학과를 나와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3 돼서야 수능을 봐야 대학교를 진학할 수 있구나! 알게 되어 그제야 부랴부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 체육학과에 간신히 들어갔다. 심지어 엄마가 꿈이 뭐냐 물어보면 나는 자신 있게 “만화방 가게 주인이 되려고” 말도 안 되는 자신감으로 씩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머님은 자포자기 한 것인지, 나에게 훈계나 따로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대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화 한 번 짜증 한번 안 내시고 내가 하는 건 뭐든지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하는 경험들을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려서 경험했던 작은 경험 모래알들이 모여 현재 책을 쓸 수 있는 재료와 힘이 되었다. 장사를 시작하면서 경제를 알 수 있었고 경제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이니 투자에 소질이 생겼다. 이 모든 게 합쳐져 ETF 관련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마흔이 다될 때쯤 주도학습의 세상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서 지금은 행복하다. 그리고 가슴이 항상 충만함이 가득하다. 이제 과거의 두려움과 미래의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머님을 책 출간에 성공하여 식사에 초대했다. 식사 자리에서 어머님에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둬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뿌듯한 감정과 아이 스스로 늦었지만, 알을 깨고 나와 자기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서 그런 것이라 짐작한다. 어머님은 그래도 아들 잘 키웠네 “나 잘살아 냈네”라고 속으로 이야기하셨을 것 같다. 괜스레 나도 눈물이 흘렀다.


길쭉한 호박을 좁고 동그란 병에 자라기 전에 넣어 키운 실험이 있었다. 지금이야 TV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과거에는 꾀 신기한 실험 중 하나였다. 긴 애호박을 작은 둥그런 병에 자라기 전에 넣어 키웠더니 병 안에 딱 들어맞는 크기의 애호박으로 변형되었다. 만약 애호박이 밖에서 비, 바람, 태풍, 뙤약볕 아래서 갖은 고생을 견뎌내며 자라났다면 아마도 우리가 예측하는 모습이 애호박이 아닐 수도 있다. 더 단단한 애호박이 탄생했을 수도 있고, 사회에서 규정한 크기 이상의 애호박이 될 수도 있다. 갖은 풍파를 견디면서 좀 더 달콤한 애호박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애호박이 다 자라기 전에 규격이 정해진 공간에서 키우게 되면 애호박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갖은 풍파는 없었을 것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이미 태어나면서 정해진 운명으로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애호박은 자신이 갇힌 세상이 전부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달콤한 흙내음, 맑은 공기,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무럭무럭 자랄 수도 있었다. 부모의 세상이 아이의 세상이 되면 안 된다. 아이만의 독립체로서 인정해주고 아이의 가능성을 옆에서 후원해주는 게 부모다. 단지 아이와 같이 성장하면서 부모도 자신의 그릇을 키워나갈 때 아이가 실패해서 돌아오더라도 다시금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이전 02화10.키즈카페에서 부모님들 시간 소비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