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먹다가 자다가 멍때리고 보니 호치민에 도착했다. 인터넷 후기에 저렴하다고 소개된 유심가게가 문을 닫았다. 한 곳을 정해 2기가 데이터 유심을 사고 일부의 달러를 베트남 동으로 환전을 했다. 3박5일동안 1기가도 쓰지 못한듯 하니 굳이 많은 데이터를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은 호텔에 가서 짐을 놓아야 한다. 블로그가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그 누구의 호객에도 흔들리지 말고 공항 끝으로 걸어가 비나선 택시를 타라고. 그래서 우리는 앞만 보고 걸어갔다. 마일린도 괜찮다고 했지만 가격이 더 비싼거 같아 비나선을 택했다. 첫 날의 숙소는 여행자 거리라 불리우는 데탐거리에 잡았다. 잠만 자고 아침 일찍 나갈거라 싸고 여행사랑 가까운 곳을 골랐는데 가격대비 대만족. 메라키 부티크 호텔. 방 두개에 침대 3개. 아주 작은 테라스 비슷한 것도 있다. 호텔 바로 앞에 유명하다는 콩카페가 있다. 간단한 조식도 준다. 6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4명이서 이런 숙소를 얻을 수 있다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단점은 새벽에 바깥 소음이 들린다는 것인데 소리에 민감하지 않다면 괜찮고 몇시쯤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정적이 찾아오긴 한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기내식을 안 먹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나. 맛집 검색을 해서 찾아가기로 한다. 방황하다 겨우 찾은 가게!!는... 없다. 다시 찾아보니 폐업. 그래서 두번째로 찾은 맛집!!분짜 145!!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영업 안함. 이 날은 우리의 명절이기도 했지만 베트남의 '뗏'이라 불리우는 명절이기도 했다. 그래서 문 닫은 곳이 많았다. 심지어 마지막 날 찾은 벤탄 시장도 닫음...너무 슬퍼. 한참을 헤매고 지쳐 눈에 보이는 괜찮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너무 급하니까 빨리 맥주 먼저 주세요
앉자마자 맥주부터 주문한다. 주유가 시급하다.
한 모금 먹으니 살 거 같다. 마음 추스르고 음식을 고른다. 내 사촌동생들은 대식가이다. 물론 나도 그에 상응하게 잘 먹는다. 그래서 많이 주문한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반신반의하며 시킨 라이스케이크에 어쩌고 하는 메뉴는 한입거린데 예상외로 맛있어서 우리 모두 놀랐던 음식이다.
그래서 추가주문 들어갑니다. 내가 베트남에 가면서 먹고 싶은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분짜와 반쎄오 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분짜는 베트남 북부 음식이라 잘 팔지 않는 것 같았다. 하노이에 가게 된다면 그때 먹기로 하자. 반쎄오는 여행기간 몇번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집이 제일 나았던 것 같다. 한입 먹는 순간 익숙한 느낌!! 파전의 맛이랄까? 이렇게 배불리 먹고도 우리돈 6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지상낙원!! 근데 밥 먹고 났더니 해가 다 저버렸다. 환전도 못하고 내일 가야 할 무이네 버스도 예매 못했는데 밥 한끼 먹고 나니 하루가 끝나 버렸다. 우리 아직 바쁜데.
환전은 환율 좋은데서 해야지~ 이미 6시를 한참 넘겨서 열었을지 모르겠지만 가보자!! 역시 블로그들의 도움을 받아 벤탄시장 근처 금은방 환전소를 찾아 걷는다. 아...이게 말로만 듣던 베트남의 오토바이 대란이구나...나중에 알고보니 명절이라 덜 한거라는데 길 건널때마다 후들후들... 벤탄시장 로터리가 공사중이라 빙빙돌아 도착했으나 불길한 예상대로 닫혔다.
그럼 다시 데탐거리로 가자. 버스를 예매해야 해.
벌써 9시가 다 되어 간다.망할 명절!!! 버스비도 두배야... 풍짱, 신투어 다 30만동이라 한다. 너무 비싸~ 우리 예상이랑 다르자나. 근처 여행사에서 급한 돈만 환전을 한다. 이럴거면 공항에서 다 할걸. 공항 환율이 더 좋다.
그리고 버스티켓은 밥먹기 전 들렸던 골목에 위치한 작은 여행사에서 했다. 23만동 불렀었는데 전화해보더니 명절이라 28만동이란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더 싸니까 8만동 아끼면 쌀국수 하나는 먹을 수 있어. 우리가 탈 버스는 탐한.
버스 거기서 거기겠지. 더 일찍 가려고 했는데 8:20분 버스를 타라네. 그래 그럼.
환전, 버스예매. 미션완료!!
이제 콩카페 가서 커피 먹자!!
골고루 시켜봤는데 시그니쳐 메뉴라는 코코넛 음료는 그냥 코코넛 프라프치노 같은 느낌. 쵸코맛이 개인적으로 젤 맛있었고 아메리카노는 절대 비추. 향도 없고 한약같은 맛이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의 탄맛 나는 맛이 강한 커피 좋아하는데 이건 그냥 탕약 같은 맛. 커피라고 하기엔... 나에겐 안 맞았다.
쥬스는 맛있지만 양이 너무 적고 다시 베트남에 간다면 구태여 찾아갈 거 같진 않다.
하지만 동생 중 한명은 저 코코넛 커피에 홀릭되었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여행자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길가에 의자와 테이블이 깔리고 사람, 오토바이, 차까지 난리도 아니다. 길 중간에 정말 지나갈 수 없는 마의 구간이 있는데 차 한대 지나갈때면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공간만 남기고 옆에는 목욕탕 의자에서 술 마시고 있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낑낑 거리고 혼을 아주 쏙 빼 놓는다.
야식으로 맛있어 보이는 화덕 피자와 케밥, 맥주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뭐가 이렇게 다 맛있지. 너무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이대로 끝낼 수 없지. 숙소 앞에 반미 아주머니가 있다. 나가자!!
때는 마침 구정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미를 구매하는 동안 폭죽이 터지고 해피 뉴이어 노래가 나오고 길바닥에 반짝이는 폭죽 잔해들이 흩뿌려졌다. 이렇게 명절을 외국에서 맞이하는구나. 옆에 과일파는 좌판에서 예쁘게 잘려있는 파인애플도 구매한다. 별 생각없이 구매한 파인애플이 너무 달고 맛있었다. 폭풍같은 먹방을 끝내고 수 많은 사람들의 소란을 뒤로하고 우리는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맛있었다. 호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