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중입니다_이미, 봄

by 정림올제

2월의 끝자락, "봄이 왔네" 하고 중얼거렸던 그 날씨가 아직도 생생하다. 따스한 햇살이 겨울의 차가움을 밀어내며, 계절의 경계에 서 있던 우리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이제 곧, 아주 곧.
이런 날씨에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산책을 안 나갈 수 없는 날이었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비가 내리든, 햇살이 비추든, 중요한 건 이 공기, 이 온도, 이 계절의 냄새였다.

그리고 3월이 왔다. 첫 비와 함께.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이 비는 봄이 오려는 소식일까, 아니면 겨울이 가기 아쉬워 흘리는 눈물일까. 그도 저도 아니라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계절의 전환점에는 언제나 이런 애매함이 있다. 끝과 시작이 겹쳐지는 순간의 묘한 감정.

나뭇가지를 보았다. 아직은 앙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봄의 신호들이 보였다. 움츠렸던 가지 끝에서 미세하게 부풀어 오른 눈,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나무의 기운. 겨울 내내 기다려온 봄소식이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오늘도 봄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반가웠다.

봄은 이렇게 온다. 갑자기가 아니라, 조금씩.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는 것.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간다는 것을.

3월의 첫 비를 바라보며, 나는 봄을 기다린다. 아니, 이미 봄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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