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에는 좋은 문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주 과거로 돌아가 동굴에 벽화를 그리던 때부터 우리의 일상에는 스토리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부터 소설, 영화,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까지 요즘에도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를 소비한다.
크고 작은 이야기는 짜임새가 있다. 특정 배경에 등장인물을 설정하고, 중심 사건이 있다. 도입부에서 가볍게 시작해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감동을 주는 작품이 누구나 한, 두 가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구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잘 짜인 스토리 안에서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힘을 얻기도 한다.
미국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맥기,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삶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헛갈립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스스로 대답하려 해도 길을 잃고 말죠... 그래서 스토리텔러가 이야기를 발명했습니다. 이야기는 살아가기 위한 '장비'와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이며, 그것은 우리가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 책에 빠져들었던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모든 스토리에는 갈등과 위기가 발생한다. 평온한 가운데서는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인물의 여정이 그려진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작업해 온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다.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모든 서사에는 굴곡이 있고, 그 과정을 겪는 캐릭터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투영해보게 된다.
이야기 안에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직접 써 보는 건 어떨까. 한발 짝 나아가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를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일기라도 이야기를 쓰는 일은 직접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앞에 어떤 경험이 마주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글을 쓰면서 정리해볼 수 있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글쓰기가 주는 위로이자 힘이었다.
내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일은 중요하다. 삶의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스스로가 정한 이야기에 따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현실을 주관적으로 해석한다.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이고, 이를 근거로 행동한다. 실제로 2 미터도 넘게 뛸 수 있는 벼룩이 유리병에 안에 갇혀 지낸 후 유리병을 치워도 그 병의 높이밖에 뛸 수 없는 것처럼, 인간도 생각의 한계 안에서 행동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책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자신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유리병에 갇혔던 기억은 떨쳐버리고 그보다 훨씬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도록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다.
티브이 토크쇼나 광고 문구, 영화 주인공의 대사, 혹은 책 속에서 마음이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어딘가에 메모를 해 둔다. 긴 문장도 종종 필사를 하는 이유는 나에게 자주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을 기억하며, 언제 어느 때나 나를 위한 스토리텔러가 되어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