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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Nov 19. 2023

머리와 몸 사이의 거리 줄이기

둔해지지 않으려면 계속 움직일 수밖에

"3번째 하니까 이제 할만해요."


태평무 수업시간, 이번이 처음인 동기생 언니에게 건넨 말이다. 그렇다. 장수생인 나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로 추는 태평무였다. 그러니 처음이라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말을 해 주고 싶었다.


한국무용 중에서도 태평무는 고난도에 속한다. 박자도 복잡하고, 손짓과 발짓이 화려한 만큼 그 디테일을 살리기가 쉽지 않다. 수업시간에 동작 외우기도 빠듯한데 손, 발, 고개를 따로 움직이라니... 처음엔 허둥지둥 댔던 기억이 있어 '어렵다'는 언니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동시에, 지금은 그때보나 훨씬 수월하게 해내고 있다는 사실도 뿌듯했다.  


무용을 하다 보면,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동작이 있는데 몸으로 잘 표현이 되질 않고, 순서도 외워지지 않는다. 그러면 중간에 쉬는 시간에 짧게라도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 본다. 시험기간에 연습장에 외울 단어를 수십 번 반복해서 쓰듯이, 거울을 보며 손과 발로 움직이면서 몸에 입력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무용이 '머리와 몸 사이의 거리를 줄여주는 연습'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머리에 입력해서 몸으로 인출하기까지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리는가. 몸을 잘 쓰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몸으로 표현하는 게 쉬운 사람이다. 그게 부러워서 나도 이 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늙어간다는 것은 모든 면에서 민첩함이 떨어지고 둔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신체는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고 쓰는지, 생활 습관에 따라 차이가 많이 있다. 요즘 50, 60대가 되어서도 탄탄한 몸을 가진 시니어분들을 보면서 꾸준히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유연하고, 탄탄하고, 곧은 자세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몸을 움직여야지. 그런 점에서 무용은 노후를 위한 몸의 적금이다.


몸은 정직하다. 시간을 들인 만큼 변화가 있다. 장기 적립을 위해 일단 '즐거운' 운동 습관을 찾고, 시간이 있을 때 꾸준히 하면 된다. 처음엔 어려워도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쉬워지고, 안 될 것 같은 동작도 할 수 있게 된다.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꼿꼿한 자세에 유연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지금부터 준비하는 셈이다.


무언가를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재미'다. 재밌는 일을 해야 오랜 시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무용은 몸으로 노력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반복하는 만큼 쉬워지고, 근력이 쌓이는 만큼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문과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온몸으로 하는 신체활동이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매주마다 땀 흘리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전신거울을 보면 자세를 바로 잡으며 좀 더 멋진 춤선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동작만큼 중요한 무대 의상. 한복의 색감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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