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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Nov 26. 2023

혼자 하는 연습이 가장 빛난다

좋아하는 일 = 잘하는 일

나는 무용학원에서 순서를 빨리 외우는 학생이었다.

직장인 수강생들은 종종 야근 때문에 늦거나 결석을 해서 순서를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품앗이처럼 알려준다. 나 또한 평일 수업에 빠지기도 했지만, 동영상을 보면서 최소한 박자는 귀에 익도록 들어서인지 금방금방 진도를 따라잡았다.


내 기억력이 특별히 좋은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돌아보면, 반복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는 그날의 영상을 보았고, 수업을 가는 날에는 이전 영상을 보면서 순서를 복기한다.  동영상에는 미처 못 봤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선생님과 내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었다. 혹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화장실 거울 앞에서나 방 안에서 한 번씩 구음으로 박자를 세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숨을 더 깊이' 혹은 '손 끝을 더 세워야겠다'와 같이 고칠 부분이 눈에 보였고, 수업 시간에 좀 더 멋있게 보이게 시도해 보았다.


연습은 별게 아니었다. '연습해야지'라고 각 잡고 덤비지도 않았다. 자투리 시간에 동영상 한 번 보고, 생각날 때마다 반복한 것뿐인데 수업에서 순서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빨리 외웠다.

아,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될 수 있겠구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언젠가 잘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곧 실력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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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수업은 한 시간이다. 먼저 몸을 풀고, 지난 수업에서 배운 데까지 점검을 하는 시간이 20분. 새로운 순서를 나가는 시간이 10분, 나머지 30분은 반복이다. 나머지 30분 동안 중간에 물 한 번만 마시고 쉬지 않고 하더라도 5분 정도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볼 기회는 5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업은 '습득'하는 시간이다. 나중에 선생님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정도이지 완벽하게 해 낼 수는 없다. 박자와 순서를 습득한 다음, 몸에 '체화'시키는 단계가 별도로 필요하다. 박자가 귀에 익고,  음악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손발이 움직여 능숙해져야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춤이 된다.


체화는 누가 시키는 단계를 넘어, 내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서 나오는 수준이다. 체화되지 않은 것은 설익어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래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일이든, 취미든 좋아하지 않는 것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

어느 분야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다 내 몸에 체화된 것들이다. 억지로 '해야지'하고 몸을 일으키기 전에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쌓이고, 실력도 쌓인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은 결국 잘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닐까. 취미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해 조금씩 발전하는 과정을 돌아보니, 진짜 좋아하는 일이란 숨 쉬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혼자 하는 연습이 가장 빛난다. 누가 시킨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눈에도 빛날 수 있을 만큼 잘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그것이 춤이든, 글쓰기든, 요리이든 1만 시간을 쌓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너른 홀을 혼자서 차지하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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