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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Dec 17. 2023

춤추고 글 쓰는 일상

영하의 한파가 찾아온 주말.

업무 외에도 개인적인 일들로 바빴더니 어느덧 12월의 셋째 주를 향하고 있다.


올해는 여러 가지를 '도전'하며 보낸 덕분에 주말까지 캘린더가 채워졌다. 최근 봉사활동으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는데, 부담 없는 마음으로 영상을 촬영해 보니 구도를 잘 잡았을 때의 성취감도 있고 팀으로 움직이면서 연구하고 회의도 한다. 마치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있다.


12월을 맞아 한 해를 돌아본다.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며 성실한 일 년을 보냈다. 올해 초에는 부서 이동으로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같이 하는 팀원이 세 번이나 바뀌는 다이내믹한 업무환경이었다. 이젠 새로운 팀에서도 안정을 찾았고 차분하게 내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바빴지만 퇴근 후에는 온전히 내 시간을 가졌다. 오랜 취미인 한국무용을 계속하면서 호흡하고, 바른 자세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금요일 출근길에는 연습복을 담은 운동가방까지 챙겨서 나가고, 퇴근한 후에는 서래마을에 있는 연습실로 이동했다. 가벼운 저녁을 먹고 두 시간을 땀 흘리고 집에 가면 열 시쯤. 옷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면 일주일을 꽉 차게 보낸 뿌듯함에 잠들었다.   


주말에는 알람을 꺼두고 늦잠을 잤다가 오후에 느릿느릿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간다. 주말에 혼자 카페에서 보내는 생활은 오랜 습관이다. 우유거품이 가득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천천히 읽고 난 후에 나도 글을 쓴다. 카페에서 쓰는 것은 다양하다. 노트에는 무용수업의 후기를 쓰고, 블로그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다. 브런치에는 매거진의 주제에 맞게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 해서 최소 두어 시간을 집중해서 보내곤 한다.


회사일을 제외하고 온전히 내가 선택해서 보내는 시간, 나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올해는 춤추고 글을 쓰면서 보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둘 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이다. 처음엔 재밌어서 시작했고, 하다 보니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분야이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무용은 독무로 출 수 있는 나만의 작품을 하나 익혔고, 브런치에서는 매거진의 글을 묶어서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나의 작은 이정표들이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매해 하나의 주제로 북을 발행하고 싶었다. 해마다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기록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로 처음의 그 마음처럼 한 해에 하나씩 발행하고 있다. 10편 내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브런치북. 기존의 종이책에 비하면 얇지만 다른 무엇보다 나다움을 담고 있는 나만의 역사책이다.


'아름답다'의 기원을 따져보면 '나답다'와 같은 말이라고 한다. 나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번 주에 내가 먹은 음식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본 것과 경험한 것들이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시간을 많이 쓰는 그곳에서 나다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발전한다. 올해의 춤이 작년보다 섬세해지고, 올해의 글이 작년보다 깊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고유한 나를 다듬어 나가는 반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에도 저녁에는 춤추면서 땀 흘리고, 주말에는 한가로이 카페에서 노트를 쓰는 생활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연말이 되어 나의 작은 이정표를 기록할 수 있도록.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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