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있는 강남역에는 식당 수만큼이나 필라테스 학원이 많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거리를 걸어 다니면 빌딩마다 1개 정도의 필라테스 간판이 보인다. 혹은 멋진 근육을 뽐내고 있는 헬스짐을 홍보하는 전단지도 자주 볼 수 있다.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가 그려진 사진이 눈을 사로잡아서 그런지 필라테스, 헬스, 요가 학원은 회사가 많은 강남역 대로에 채우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동을 좋아하는 걸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평소 절대적인 운동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내고 수업을 듣는 학원이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트, 영어공부에 이어 운동하기가 손꼽히는데 우리나라에서 체육이나 운동을 일상적이지 않은 습관이다.
운동이 습관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교과과정에 체육이 활성화되지 않다는 점이 크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익혀야 하는 것은 대부분 앉아있는 활동이다. 체육이나 음악 같은 예체능도 시험을 위한 이론 교육이 주를 이룬다. 혹은 체력 측정을 위한 반짝 운동이 대부분이었고, 체육시간이 되면 남학생들은 축구나 농구를 하기도 했지만 여학생들은 딱히 할만한 활동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체육활동도 다양하지 않고, 꾸준히 해 본 것도 없으니 몸을 움직이는 건 귀찮거나 그리 즐겁지 않다는 인식이 생겼다. 나의 경우, 이렇게 어릴 때부터 운동 습관도 없고, 재밌게 배운 기억도 없으니, 다 커서 운동을 시작하려니 쉽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는 사무실에 근무하며 하루종일 앉아 있으니 이제는 운동을 할 '필요'가 생겼다. 주변에 물어보면 자세 불균형으로 인한 디스크나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찾게 된다. 회사 근처의 정형외과에 가면 도수치료를 받는 직장인들로 가득한데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고, 도통 움직이는 일 없는 생활습관이 병원과 운동 관련 시설을 찾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 때에는 등산 열풍이었고, 최근에는 테니스와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헬스를 하며 몸을 만들어 프로필로 남기는 것도 대중화된 지 오래. 이렇게 즐겁게 운동하고,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져가 요즘 대세인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다소 소외되었던 신체활동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겠다.
운동을 하며 땀 흘리는 사람은 일상에서 만족도가 높다. 나 또한 주기적으로 다소 격한 운동(무용)을 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생기니 더욱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연습실에서 몸을 곧추 세우는 것처럼 평소에도 스트레칭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오래 사는 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커진다.
우리의 신체는 움직이도록 진화되어 왔다. 두 발로 직립하고, 서서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자주 걷고 움직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뇌 과학에서는 생존을 위해 우리 몸을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뇌가 정교하게 발달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뇌는 단 10분이라도 산책이나 청소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호르몬을 통해 기분을 좋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일으킨다. 활발한 움직임은 뇌를 활성화시켜 집중력과 창의력, 스트레스에도 도움이 되니 지금과 같이 지식이 중요한 시대일수록 더욱 부지런히 운동하고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나는 꾸준히,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무용을 만났다. 연습실만 빌리면 혼자서 기본무를 하고, 작품을 하면서 한 시간은 금방 채울 수 있으니 오래오래 함께할 운동 취미가 될 것이다. 오래 살아야 하는 만큼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습관이 있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한국무용은 깊은 호흡으로 단전에 힘을 길러주고 음악과 더불어 할 수 있어서 좋다.
매일 꼬박 8시간을 앉아있는 생활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니까 누구나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 습관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산책을 가라'라고 말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고도 주변을 걷거나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2월의 첫 주말, 한 주를 마무리하며 밀린 빨래를 해결하고 오늘은 산책을 나가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