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간 내 뮤즈의 물결을 타고 다행히도 물살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고,
나에게는 그게 그렇게 참 행복했었다. 보람이었고, 기쁨이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나의 뮤즈를 잃는 순간을 맞이해야 했다.
불현듯 전염병이 닥쳐 온 위기감 만큼이나 허망하고 끔찍했다.
나의 뮤즈도 결국은 하나의 불완전한 객체였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고,
그것은 나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나의 뮤즈를 여전히 확인 사살하고 있다.
건드리면 안 될 벌집 통을 건드린 것처럼 떼 지어 들어가 내 뮤즈의 심장을 쏘았다.
벌들은 자신의 침을 다 쏟아 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뮤즈에겐 그 어떤 날보다 고통스러운 나날이 될 것이지만 동시에 더 나은 그 자신의 뮤즈가 될 것이다.
역경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절망감과 부끄러움을 주지만
그렇게 부서진 자아는 다시 다른 형태의 자아로 굳어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정의 시간이란 나를 보완하고 살피는 시간을 말한다.
우리의 부서진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조각을 새로 끼워 맞추고, 형태를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뮤즈가 인고의 수로를 통과해 우리와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기약하련다.
그러하기에 조금 허전하지만 슬프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나는 뮤즈가 빈자리를 나라는 존재의 의미로 채워나가려고 한다.
그것만이 내가 나를 짊어질 수 있게 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