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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씨 Oct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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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각모음 #4. 



엉덩이로 힘차게 의자를 밀어내면서 일어났다. 나갈 채비를 해야겠다. 역시 보드카 토닉에는 얼음이 있어야 한다. 편의점에 얼음을 사러 가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여자는 입고 있던 옷에 빨간색 캡 모자를 꾹 눌러쓰고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미지근한 바람이 서쪽 창에 매달아 둔 유리로 만들어진 풍경을 흔들었다. 예쁘고 경쾌한 소리가 수줍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넨다. 


밤이 내려와 한산한 길은 조용했지만 무섭진 않았다. 오히려 조금 쓸쓸한 느낌이었다. 

핸드폰에서 쓸쓸한 밤거리와 어울리는 BGM 리스트를 찾아들고 주머니에서 에어팟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뚜껑이 딸깍 소리를 내며 열리는 순간, 문득 책상 위에 빼놓은 에어팟이 생각났다. 좋아졌던 기분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엔 여자의 귀차니즘이 강력했다. 여자는 여자에게만 들리도록 볼륨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흩어져버린 추억과 조각나 버린 마음이 
뒤늦게 너를 데려와 마치 손에 닿을 만큼  
후회로 물든 순간도 다 버릴 수가 없어서  
기억 속에서 여전히 헤매이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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