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각모음 #26. 툭
그리고 어쩐지 따뜻한 바람이 곁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색하게 받아 든 아이스크림을 이한은 먹지 못하고 멍해졌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크게 한입 베어 물어야 할지, 아니면 천천히 혀로 할짝할짝 핥아먹어야 할지… 평소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멍해져 있는 이한의 손을 연우가 톡톡 두드렸다. 깜짝 놀란 이한의 아이스크림이 힘없이 땅에 툭 떨어졌다.
툭.
아이스크림이 낙하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이한의 눈에는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손쓸 방법은 없었지만.
"하아,,, 먹기 싫다고 버릴 것 까지야... 너 음식 버리면 지옥 간다?"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갑자기 손을 치니까..."
"아.. 내 잘못이라는 거야?"
당황한 이한이 변명을 하려다 점점 더 뾰로통해지는 연우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미안해,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알아.. 뭐 어쩔 수 없지."
연우는 어쩔 줄 몰라하는 이한을 보며 피식 웃고는 오물거리던 아이스크림을 꿀꺽 삼켰다.
"아, 재미있었다-"
"??"
당황한 이한을 그대로 세워두고 연우는 돌아서며 손을 들어 '안녕'을 알렸다. 이한이 머뭇거리는 사이 연우는 빠르게 멀어져 갔다. 우두커니 서있는 이한을 주위로 바람이 바스락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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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 미지근한 매거진 }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