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시원해지려고 너를 켰다.
근데, 너도 덥단다.
28도… 26도… 24도…
조금만 더 차갑게,
조금만 더 나를 위해.
하지만 너는
그저 미지근한 숨만 내쉬며
28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버티는 거니, 고장 난 거니…
말이 없으니, 괜히 서운하다.
몇 번이고 리모컨을 눌렀다.
내 마음도 같이 눌리는 기분으로.
하지만 너는
아무 말도, 아무 바람도
건네지 않았다.
혹시 너도, 너무 오래
시원한 척만 하다가
속이 먼저 끓어오른 건 아닐까.
아무도 몰랐겠지.
가장 차가워야 할 때,
네가 가장 필요한 지금
이미 여름이
네 안에 들어앉았다는 걸.
그러니까 괜찮아.
오늘은 그냥,
바람 없이 좀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