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눈을 맞으며
하얗고 소복소복한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추위는 문제가 아니었고
젖은 신발도 신경 쓰지 않았던,
그저 눈이 내린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절.
나는 언제부터
눈을,
예쁜 쓰레기로 분류했을까.
하얗고 소복했던 그 길은
질퍽하고 미끄러운
그런 것으로 바뀌었다
눈이 온다는 예보에
우산부터 찾는다
눈이 내리는 창가에 서니
발이 시리다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씩
쓸모없음으로 분류하는 것
낭만을 감당할 체력을 잃어가는 것,
나이 든다는 것의 실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눈은 내린다
여전히 하얗게,
소복소복.
언젠가 나는
다시
하얀 눈이 내리는 걸
아름답게만 생각하는
그 낭만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곳에
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