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에 대하여

지금이 아닌 어느 시간에서도 함께이길

by 해적왕꿈나무



어떤 약속은 당연하게 지켜졌으며, 어떤 약속은 허무하게 바스라졌다. 지키지 못할 것을 알고도 감히 내뱉은 약속도 있었다. 당신도, 나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무책임한 말임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예의를 가장해 우리는 곧잘 그런 말을 내뱉었다. 어떠한 약속은 이건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남기기도 했다. 이게 되는구나 싶었던 순간도, 그럼 그렇지 하며 조소했던 순간도 약속의 말이 오가는 순간에는 예상하지 못해서 재밌었다. 병적으로 지킬 수 있는 말만 내뱉던 시간도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내가 별로라서,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막 뱉는 내가 멋없어서. 미래가 없는 약속은 텅 비어서 무가치해 보였다. 아무 의미도 없어 보였다. 사실 약속은 맺어지는 순간만을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인데.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라 해도 무모하게 던져보는 거다. 우리 지금이 아니라도 또 어느 시간에서 함께이길 바라며. 그러한 약속에는 무언의 약속이 깔려 있다. 우리가 이 순간을 잊고, 우리가 함께 나눈 약속도 잊히게 되어도 그러려니 하며 잘 살아가자고. 잊었다는, 잊혔다는 자각도 없이 그저 살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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