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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새로운 시작

by 기적은없다



사촌누나는 과거에 임용시험을 준비했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항상 지원을 했었던지라 그 이유가 항상 궁금했었다.

"새로 시작하고 싶어.

사람들이 그리워지면 내가 찾아가거나 비행기 티켓 보내주는 삶을 살고 싶어"

여러 번의 고배 끝에 결국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현재는 직업군인이 되어서 타지에서 잘 복무하고 있다.

이러나 저라나 원하던 바를 이뤄서 그런지 현재는 잘 지내는 것 같다.



최근에 나는 이사를 했다.

자그마치 8년을 살았던 홍대입구를 떠나게 되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긴 수험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동네, 희노애락이 담긴 동네였다.

8년이라는 시간 속에는 시련과 극복 그리고 성장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나의 젊음이 깃든 그 순간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순간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익숙했던 것들은 역할을 다 하였고 더 이상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이사 전날, 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러 온 누나는 나에게 말했다.

"재원아 이사 가서 새롭게 시작해. 뭐가 되었든 간에"



과거 사촌누나의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얼마나 사람에 질렸으면,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으면 떠나고 싶었을까..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익숙한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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