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
본 소설은 아르코문학지원에 선정되어 의무적으로 발표하는 작품입니다.
남편이 진짜 죽을 줄은 몰랐다. 진짜 죽을 작정인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흘리고 다니지 않는다. 유서를 사표처럼 재킷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나 취기에 담배 개비를 꺼내 들 때와 같이 마침내 혼자일 때만 유서의 무게를 직감한다. 남편의 옷에서 유서를 발견할 때마다, 그 내용을 읽을 때마다 나는 안심했다. 두서없이 쓴 일기 같았다. 스스로 무게를 감지하고 가슴팍에 넣어 둔 한때의 다짐에 다시 손을 댈 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걱정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살할 위인이 못 되었다.
어쨌거나 남편은 죽었다. 팬티만 입은 채로 어느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하였다.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아파트 주차장에서 속옷만 입고 눈은 희멀겋게 뜬 상태로 발견되었다. 영안실에 놓인 남편의 시신을 확인했을 때, 슬픔보다는 깊은 절망이 먼저 왔다. 죽을 작정이었으면 나와 결혼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어떤 가정을 꿈꿔 왔는지, 완벽하고 이상적인 가정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 남편도 알고 있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너지고 말았다. 남편이 없는 가정은 완벽하지 않았다. 남은 가족들은 모두 쓸모없는 조각이었다. 도대체 남편은 왜 죽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