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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Jan 24. 2024

“그걸 왜 하고 있어”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역시 6시가 안 돼서 버스를 탔다. 새벽이 가장 추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공기가 가라앉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바람도 잘 안 불고, 찬 공기를 천천히 가른다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생각보다?’라는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위에는 발열 내복 2개를 겹쳐 입고, 아래에도 적어도 내복 1개는 입는다면 누구나 ‘생각보다?’라고 속으로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오늘도 회사에 들러 10kg을 넣은 점퍼를 주섬주섬 입고 다시 나가 장갑을 꼈지만 역시 차가운 철봉을 움켜쥐고 턱걸이를 한다.

 갑자기 찬 바람이 내 볼을 때렸을 때였나. 갑자기 아직 깜깜한 겨울 새벽에 달밤 체조를 하는 내가 보이면서 ‘뭐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곧 까먹고 역시 아무도 쥐여주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주어진 일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그걸 도대체 왜 하고 있어. 힘 빠지게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이지.”


 테니스를 치다가도 중간중간 테니스장 그늘막에서 철봉처럼 생긴 봉을 잡고 턱걸이를 하는데, 그걸 보고 한 회원이 내게 한 말이었다.


 그 말이 생각나 기분이 좋았던 건, 내가 이 행동에 바라거나 이해타산을 따지거나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다. 딱히 대답할 말도 없었다. ‘정말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서 왜라는 물음에 말문이 막힌 거다. 멋쩍게 웃으며 “그냥요”하고 답했다.

 그랬다. 순전한 즐거움을 느꼈던 건 도대체 왜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일을 했을 때였다. 보통은 어릴 때 많이 그랬는데, 레고를 만들고 부수고 또 만들고 하면서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라든가, 체스를 하며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거나, 또 조금 자라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토론이나 주제로 피곤해서 입을 그만 움직이고 싶을 만큼 이야기하던 때였다.          


 그러고 보면

 좋아하던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고,

 좋아하는 일들은 딱히 목적도 끝도 없는 거였다.


 같은 이유로

 세상을 충분히 좋아하지 못하는 건

 왜 사냐고 묻는 말에 아직 그저 웃을 수 없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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