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 들러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곳이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좋게 되어있어 우연히 알게 된 뒤로는 거의 매일 간다. 한 달 정도 지나니, 자주 보는 사람들도 생겼다. 우선 동네를 가볍게 뛰다가 들러서 줄타기와 평행봉, 스트레칭을 하고 가는 장년 부부가 있다.
그러다 얼굴이 맑은 할아버지가 미소를 띠었다기보다 할아버지가 보낸 세월에 미소가 고인 얼굴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천천히 걸어온다. 대부분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앉아서 허리 돌리는 운동을 조금 하다가 가신다.
그 후로 한 부장급으로 보이는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와 재킷을 평행봉에 걸어놓고 철봉에 매달려 몇 번 앞뒤로 그네를 타듯 왔다 갔다 하고선 내려와 옷을 추스르고 선 금방 간다. 가끔 시간 여유가 있는지 허리 돌리는 운동을 하고 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보통 일찍 오는 장년 부부와는 다른 장년 부부가 온다. 앞선 장년 부부와는 다르게 평행봉에 다리를 가볍게 문지르는 마사지만 하고 간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아저씨도 오고, 운동 기구를 한 번씩 하고 가시는 할머니도 있다. 이 둘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있다가 사라진다.
가장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넨 건 가장 일찍 오고 또 자주 오는 첫 번째 장년부부다.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아내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또 갈 때는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반대로 남편은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대신한다.
조금 늦게 오는 다른 장년 부부는 반대로 아내가 말이 없고 남편이 나서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내가 반가운지, 하루가 다르게 톤이 올라가 최근에는 송해 선생님이 진행하실 때 전국 노래자랑 오프닝 톤과 겹쳐서 들릴 정도였다. 잠깐 만나고 헤어지는 게 전부인데, 과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잠깐 만나는 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앞서서 먼저 가던 아내는 “바나나 먹나?” 하고 남편에게 말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바나나를 받아 들고 “이거 드세요” 하고 건넨다. 남편에게 한 말이 아니라 “(저 친구) 바나나 먹을까?” 하고 물어본 것이었다. 잘은 몰라도 아내의 인사는 “바나나 먹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조용히 운동기구를 한 번씩 하다가 가는 할머니는 어느날 돌아가는 길에 철봉을 하는 날 보고 “아이고 잘하네” 하며 알은체한다. 나도 “고맙습니다” 하고 얼떨결에 인사를 한다.
그러고 보면 재킷을 잠시 벗어두고 스트레칭만을 하다가 가는 부장 아저씨는 철봉에 매달려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역시 숫기가 없는 나는 먼저 소리 내 인사하기보다 부장 아저씨의 철봉 인사를 숨을 고르며 슬며시 쳐다본다. 서로의 시선을 느끼며 그렇게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사에 익숙해질 무렵 주위를 둘러보는데, 사람 말고도 다른 것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새들은 아침 해가 반가운지 지저귀고 나무는 새벽 물기를 머금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잎으로 손을 흔든다. 바람은 땀이 나 더운 느낌이 들 즈음에 상쾌한 공기로 안아주며 인사를 한다. 그렇게 그 공간은 귀로, 눈으로, 피부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게 오늘 하루를 가져다준다.
내가 알던 어떤 사람은 나무를 안으며 인사를 한다고 하는데, 난 그저 그런 나무를 보고 “아름답구나!” 하는 마음속 감탄사로 인사를 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모든 것이 내게 인사를 건넨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