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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Apr 28. 2022

예상했어야 했다, 미국의 교육열



4월 고등학교 밴드 콘서트홀에서는

심심치 않게 엄마들의 자랑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애는  US Navy 도 되었고,

미시간 대학도 되었어.”

“우리 애는 장학금을 가장 많이 주기로 제안한

텍사스 라이스 대학에 가기로 했어.”


간간히 걱정도 들렸다.


“Out of State 학교가 되면 어떻게 학비를 마련할지 걱정이야.”

“주택담보 대출이 이자가 제일 싸니까 그걸로 대출받아.”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심지어 통장 개설을 하러 간 은행에서도

화제는 '대학교'였다.

나를 만난 은행 직원은 애들 학생 계좌를 만들라고 하는 와중에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 애가 열심히 해서 이번에 0000 대학에 가게 됐어. 정말 자랑스러워.”


미국인이 교육에 관심이 없을까? 나의 어처구니없는 고정관념이었다.

콜로라도에서 손에 꼽히는 최고의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을 보며

한국의 초등학교 엄마들 모임이 생각나곤 했다.

전폭적으로 아이를 지원하고, 공부시키고, 학부모 모임에도 적극적인 모습 말이다.


한국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나이가 되면서 커리큘럼이 좋다고 소문난 어린이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리고 대기자 명단에 아이의 이름을 올렸는데,

접수받는 사람의 조언에 따르면 내가 너무 늦게 왔단다. 다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는 이런 교육열에 대해 1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푸른 천연 잔디밭에서  차고 놀고, 공부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막연히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나의 무지였고, 정보수집도 하지 않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나의 오판이었다.    


내가 이사 간 동네는 이른바 콜로라도에서

유명한 공립 고등학교가 있는 교육구에 속한 곳이었다.  동네에는 유명한 차터스쿨(Charter School) 있었다.

차터스쿨은 공립이지만

교육과정을 교사와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며,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꽤 높다고 알려진 학교였다.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도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차터스쿨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중고교에 보내고, 대학교에 진학시키면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만치 않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렇지는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미국 교육의 격차는 빈부격차의 차이만큼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한 한국인 교장을 만났을 때,

이 지역에서 평생을 살면서 고등학교 교사 경험이 있던 한 교수의 에피소드를 들어보았을 때,

그리고 같은 교육 구이지만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고등학교 육상부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로 나의 예상과 달랐다.


은퇴한 한국인 교장 선생님은

자신이 재직 중에 학교에 컴퓨터를 들여와 아이들이

컴퓨터로 학습할  있게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요즘 세상에 가정에 컴퓨터가 없다니 말도  된다 생각했는데,

그녀가 재직한 학교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동네에 위치해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에, 아이들을 케어해줄  없는 가정이 많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녀는 펀드를 모아 

학교에 교구 확충에 힘을 썼다고 했고,

최선을 다해 학교 발전에 이바지해서 후회가 없다고 했다.


한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는

자신이  고등학교 교사 시절,

고등학교 농구부에 가난한 아이들을 조인시켜

농구부 활동을 시킨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고등학생  몇몇은 농구로 대학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육상부 코치로 자원봉사를 하던 분은

분명 같은 교육구인데도, 내가 사는 동네 학교와

20-30 떨어진 거리의 학교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훈련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나 

육상부를 지원하는 부모들의 관심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들이 일했던 학교들의 위치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불과 20분-3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교육열은 그 지역 주택의 가격과 비례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택의 세금에 교육세가 포함되어 있어서

비싼 집들이 있는 동네에는 세금의 도움을 받아

좋은 공립학교가 있고, 당연히 교육열이 높다.

그래서 나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미국 엄마들의 적극적인 학교 지원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

예상했어야 했다. 아니 정보를 알고 갔어야 했다.

너무 몰랐어서 당황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리 교육열이 높다고 해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겪었던 한국 엄마들의 열렬한 교육열과는 비교가 안되었다.

단지, 내가 기대했던 미국 교육과 달라 당황했을 뿐.

하지만 예상했어야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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