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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Jun 30. 2022

미국 소아과, 꼭 예약해야 할까? (2)

다음 날, 

캠프 서류 싸인 얻기 3번째 시도만에 결국 미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을 가게 되었다. 병원에 처음 가면 작성하는 여러 서류들이 있었고,  영어 읽느라 한~~ 참 걸렸다. 그 사이 딸아이는 키, 체중 재고, 시력검사, 소변 검사 등의 검사를 했다.  서류작성을 마친 나는 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기다렸다.

난 드디어 병원 3번째 방문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나 했더니 어시스턴트 의사(PA)가 의사 선생님 싸인이 있는 서류를 들고 들어온다. '에휴, 이렇게 쉬운 걸'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바로 그 서류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약 40여 분간 이어진 질문 세례들, 어찌나 자세하게 물어보는지 괜히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는 느낌이었다. 언제 자고, 뭘 먹고, 먹는 건 주로 뭘 먹고, 야채는 매일 먹는지, 화이트 브레드를 먹는지, 여러 가지 곡물이 들어간 빵을 먹는지, 과일은 먹는지, 운동은 하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이러이러한 운동을 하라며 추천해주고, 바디 로션은 바르는지, 선크림은 바르는지, 바디로션, 선크림 추천해주고, 치과는 언제 갔는지, 치과 추천해주고, 시력 검사 결과 말해주고, 안과 추천해주고, 엄마 아빠 키는 몇인지, 이걸로 봐서 키는 대략 몇 정도 될 것이라 예상해주고, 이건 어디까지나 예측이니 잘 먹고 운동 많이 하라 하고, 생리는 하는지 등등 온갖 질문을 하더니, 이번에는 청진기로 진찰하고,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딸에게 청진기로 심장박동 들어보라 하고, 서서 허리를 굽혀봐라, 손을 쭉 아래로 뻗어봐라, 척추를 하나하나 만져보고, 이리저리 걸어봐라 하며 걸음걸이 관찰하고, 무릎 반사 신경 검사도 하더니만.. 퍼펙트!!라고 엄지 척 들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1년 후에 다시 병원에 와서 검진받으면 되겠다고 하며 그제야 캠프 서류를 건네주었다. 

휴.....  이렇게 겨우 캠프 서류를 받아 학교에 제출했다. 


5월 말.. 드디어 딸은 졸업 캠프에 갔다.

학교에서 며칠 동안 가는 캠프가 처음이라 걱정이 됐다. 하필 요 근래에 컨디션이 좀 안 좋았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겨우 친해진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추억 만들기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재밌게 다녀오라 당부하며 버스에 태워 보내고  하루가 지났다..

그. 런. 데… 캠프 이틀째, 학교 선생님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프니 와서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남편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캠프까지 2시간 반,  쉼 없이 달려가 보니 딸의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열도 나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단, 목소리만 거의 나오지 않을 뿐이었다. 아침엔 목소리가 아예 나오질 않았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했다. 딸내미를 데리고 다시 3시간여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진짜 아파서 병원 예약을 했다. 

다음 날, 캠프 서류에 사인해준 미국인 의사를 드디어 만났다. 진료실에서 잠시 진찰한 그 의사는 항생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처방은 가습기 있으면 틀어주고, 샤워할 때 나오는 습기를 마시고, 따뜻한 수프를 먹으라고 했다. 기침약은... 음… 하더니 사탕 하나를 가져다주며, 이게 기침약이란다. 그리고 목소리 돌아올 때까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항생제 과잉 처방하지 않고 자연 치유하게 하니 좋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뭐라도 약을 먹여 빨리 낫게 해 주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래도 자연 치유가 몸에는 더 좋을 거야 하는 생각 하며 계산을 하는데, 이렇게 진료받고 30불(우리가 가입한 보험은 기본 진료비가 30불이다)을 내려니… 좀 많이 아쉬웠다. 


몇 번 소아과를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은, 급하면 그냥 병원으로 달려가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예약 없이 바로 병원을 찾아온 사람도 보았고, 전화해서 지금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소아과 직원이 바로 데리고 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미국 병원이라고 꼭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원래 다니던 소아과라 바로 가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커다란 사고가 아니므로 가능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급할 때는 대부분 가까운 Urgent Care를 찾아간다. 그리고 큰 사고 일 경우에는 큰 병원 Emergency Center로 가야 한다. 


미국 병원을 다니다 보면 한국 의료보험이 얼마나 좋은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의료보험은 공공 의료보험이라 얼마나 좋은가. 미국은 오바마케어를 실시해 모두 의료 보험을 가입한다지만 그래도 개인이 여러 보험회사 중 한 보험회사를 골라 가입을 하는 것이고, 병원에 가려면 내가 가입한 보험과 연계된 병원인지 아닌 지 여부를 미리 알아, 병원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병원 가기 어려워 아파도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트럼프 이후에는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벌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바뀌어 보험 가입이 필수가 아니게 되었다. 다시 과거의 루머처럼 감기에 걸렸다가 병원에 가지 못하고  심해져서 죽는 사람(?)이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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