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서 사는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아이가 아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서 웬만하면 병원에 못 간다, 약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 갑자기 아픈데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당장 갈 수 없으니 불편하다 등등 가기 전에 머릿속으로 저절로 떠올려지는 애로사항들도 많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미국 병원을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과 병원에서 사용하는 영어, 그리고 어느 병원이 좋은 지 알 수 없는 정보의 부재였다. 회사 지원 보험이 있었지만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아무 소아과나 갈 수 없었고, 어느 소아과가 좋은 지 정보가 전무했으며, 의사를 만난다 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가기 전 관련 단어를 검색해 외우고 가야 했다.
아래 글은 2013년 12월에 미국으로 이주한 후 2014년에 일어난 일이다.
5월 말에 딸아이 초등학교에서 가는 2박 3일 졸업 캠프가 있었다. 이 캠프에 대한 학부모 설명회가 1월에 있었고, 캠프 관련 서류를 5월 초에 제출해야 했다. 서류는 응급상황 대처 및 비상 약과 알레르기 관련해 학교에서 준비한 약을 사용해도 된다는 주치의의 허락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병원을 꼭 다녀와야 했기에 4월 중으로는 미리 병원 예약을 하고 의사를 만나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의학용어도 영어로 잘 모르고, 아직 병원에 가서 영어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인 엄마에게 소개받아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찾아간 병원에 보험 카드를 들고 예약한 시간에 도착해 프런트의 안내를 받는데, 병원 직원이 자기네 병원은 우리 가족이 가입한 의료보험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뒤돌아 병원을 나왔고, 이 상황에 대해 남편과 통화했다.
고민 끝에 그냥 우리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의 주치의를 찾아 예약하려고 하는 데 그 병원은 4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했다. 이러다 졸업 기념 캠프를 못 보내는 거 아닌가 고민스러웠는데, 남편은 우리 보험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며 5월 1일부로 다른 건강보험으로 변경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땐 아마 한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가도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5월 1일로 한국인 의사가 있는 병원에 다시 예약을 하고, 새로운 보험 정보를 들고 당당히 찾아갔다.
그. 런. 데… 보험을 체크해보더니 보험 적용은 가능한데, 주치의가 이 병원 의사로 되어 있지 않으니
주치의를 변경하고 다시 와야 한다고 했다. 다시 또 그냥 돌아 나오며 남편과 통화하니 주치의 상관없이 보험회사와 연결되어 있는 병원이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고, 그래서 이 보험으로 바꾸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에 힘입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 물어보았지만 병원 직원은 주치의로 등록되어 있을 경우에만 진료할 수 있다고 단호히 말해서 더 물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료는 필요 없고, 의사의 싸인만 필요한 건데 이렇게 어렵다니 마음이 참 힘들었다. 예방접종도 모두 끝난 상태이고,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 특이 사항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서류에 사인만 해 주면 간단히 끝날 문제였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의 미국인 주치의가 있는 병원으로 급히 다시 예약을 했다. 다행히 그다음 날로 예약이 바로 되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보험회사에서 첫 주치의는 임의로-우리의 특별한 코멘트가 없는 이상- 결정해 놓고, 향후에 필요하면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치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