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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Apr 10. 2017

전체주의의 야만성과 그 늪

조지 오웰, 『1984』





요즘 미국에서 핫한 책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판매량이 9500% 늘었고, 책이 없어서 인쇄를 수없이 하고 있다고. 미국인들이 우려하는 부분들, 그리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책안에 경고되어 있기 때문일 듯하다.


이 책에서 국가는 기본적으로 '이중사고'라는, 생각하다보면 나까지 휘말리게 되는 기묘한 사고체계를 기반으로 굴러간다. 트럼프도 자신의 취임식 청중 수와 같은 객관적인 숫자를 조작하면서 사람의 평가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대안적인 사실(alternative facts)'라는 말을 내기도 했다. 계속 보고 듣다보면 국민들도 그게 맞는 줄로 착각하게 될 것만 같은 어지러운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같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말이 된다.


1984년, 이 작품에서는 역사의 개념이 우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 작품에서 국가는 역사를 조작한다. 이미 나와 있는 사실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하는가?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역사를 다 버리면 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말도 나온다. 모든 역사를 삭제하고 고치면 된다. 계속 그렇게 하면 국민들은 수정된 역사를 진짜 역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렵지 않다.


"<타임스>의 특정 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정정 기사가 모이고 대조가 끝나면 곧 신문은 다시 인쇄된다. 그리고 처음 것은 없어지고 뜯어고쳐진 신문이 대신 신문철에 모이는 것이다. 이런 수정 과정은 계속 진행되어서 신문뿐만 아니라 서적, 정기간행물, 소책자, 포스터, 전단, 영화, 녹음테이프, 만화, 사진 등 -조금이라도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의미가 내포된 것 같으면 어떤 인쇄물이건 서류건 간에- 에도 적용되었다."(문학동네, 54 p.)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을 감시하는 텔레스크린 속에서 사생활도 없고  혼자 조용히 있을 수도 없는 나라, 아득히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서늘한 여름날 저녁에 그냥 누워서 밖에서 들려오는 평화로운 소리를 들으며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것도 불가능한 나라, 행복하고 살기 좋았던 과거보다 일상이 된 전쟁시대가 더 살기 좋다고 떠들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나라에서 사는 것을 상상만이라도 하며 이 책을 읽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괴로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고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워낙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고, 잘 써진 책이고, 요즘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그려진 책이기에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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