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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n 05. 2019

사서에게는 다소 무거운 짐을..

임윤희, 『도서관 여행하는 법』



호감, 도서관!


10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중 9명에서 9.5명 정도는 도서관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료로 보고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대출기간에는 집에도 가져가서 마치 내 책 마냥 들고다니며 책을 읽는 것을 허락해주는 곳. 어렸을 적에 이런 '자비'의 도서관을 꾸준히 이용해서  사회에 도움을 주는 위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지식을 분류하고 정리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곳. 생각해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도서관이라는 기관은 정말 특이한 존재다. 돈을 내지 않아도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특별한 권한이 없어도 갖가지 자료들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은 여기서 기인한 게 클 것 같다. 이 책 저자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님에도 도서관 덕후가 된 이유에도 이런 면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도서관 덕후를 자처하는 것은 그다음 생각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또한 부유하든 가난하든 잘났든 못났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그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실험이랄까. 도서관의 세계에는 그런 멋진 꿈이 있었다." - 13 p.



어깨가 무거워지는 장사서


저자가 느끼는 것처럼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배움의 가능성을 무한히 제공하는 곳이다. 그것을 위해서 사서들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 만큼이나 도서관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는 상당히 다양해지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강력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이용자의 요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직 사서로서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게 한 책이다.(저자는 그럴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어떤 사람들의 이미지 속에 도서관은 여전히 공부하는 소음 하나 없는 독서실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르는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고 사서와의 협업을 통하여 답을 얻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도서관의 이미지는 천차만별이다. 요즘 대학도서관들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습 공유와 소통을 돕기 위해 대화가 가능한, 때로는 간단한 간식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에서는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여전히 사서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이용자들이 또 있기도 하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도 최근의 도서관 트렌드를 따라 대화가 가능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자유열람실이라는 곳이 생겼는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에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들은 체크를 해 두었다. 이런 생각들이 도서관을 성장하게 할 터다. 폐가제로 운영되던 것이 당연했던 과거 도서관이 이제는 대부분 개가제로 운영되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책과 자료에 접근해서 살펴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처음에는 어색했겠지만 어쨌든 최초의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지.



사서, 충분한 조력자!


현재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참고봉사(reference)서비스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 첫 이야기에 나오는 외국 아이의 한 마디가 참 인상적이었다. 모르는 과일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도서관에 가서 물어보면 돼요!" 라고 말하는 아이. 도서관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찾고 정리해서 보기 좋게 제공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도서관 홈페이지보다 검색능력이 훨씬 좋은 검색 도구들도 많이 있어서 사서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도 가끔씩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이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일까? 다른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하지만 사서가 이용자들의 앞이 아닌, 옆이나 뒤에서 지원을 하는 조력자라는 생각을 하면, 최소한 사서들은 이용자들의 시간이라도 벌어주는 방식으로라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정리한  자료로 새로운 2차자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다만, 인력이나 예산 상황, 사서의 교육 지원 등 여건이 조금 더 좋아진다면 더 폭넓은 서비스가 가능하겠지.


내가 하는 업무와 관련된 책을 읽어서 말이 길어진 책 리뷰다. 어쨌든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서 이리저리 궁리하고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 나를 비롯한 도서관 사서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이용자들의 새로운 요구사항들을 파악할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만큼 머리와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도서관 관련 예산을 줄이는 곳이 많다. 정부나 도시에서 생각하는 도서관의 가치가 예산에 반영되는 것이리라.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은 도서관을 아끼는 이용자들이 그런 자신의 나라나 도시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 도서관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다른 모든 기관이 사라져도 도서관만은 꼭 필요한 곳이라는 존재감을 변치않고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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