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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n 18. 2019

튼튼한 습관으로 흔들리지 않는 나

신미경,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내가 좋아하는 단어, '일상'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단순하고 소소한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늘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는 것으로 시작을 해서, 말씀을 묵상하고, 설정해 둔 알람이 울리면 씻으러 가는 일들. 어쩌면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일정한 반복이 주는 안정감이 좋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자연스럽고 나에게 이로운 습관, 내지는 최근에는 루틴이라고 많이 일컬어지는 이 주제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까?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나도 한 번 해보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있어 배워갈 수도 있다. 이 책도 그런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작년에 읽었던 『아무튼, 계속』 이라는 책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 삶의 주도권을 갖게 하는 '루틴'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습관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습관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진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말한다. 소비습관부터 시작해서, 퇴근 후 시간 사용 등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없는 돈과 시간을 습관에 기대어 튼튼히 붙잡게 되는 것이다. 굳이 눈치를 보면서 비싼 명품을 사지 않아도, 굳이 시간을 내어 회사 동료들과 억지로 퇴근 후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아도 안정감을 주는 것,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나의 집에 가서 가벼운 저녁을 먹고, 따끈한 차를 내려 마시며 편안한 쇼파에 앉아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루틴이 주는 이점은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약간의 부작용


다만, 읽다 보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긴 하다. 저자의 습관이 나에게는 너무 빠듯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그 예. 물론 내가 그걸 다 따라할 의무는 전혀 없는 것이지만, 읽다 보면 나의 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배갯잇을 3일에 한 번 바꾼다는데 나는 최근에 언제 바꿨더라,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다가 우리 집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  저자의 뿌리는 튼튼할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뭐 그렇게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좋은 건 배우고 이 정도는 심하다 싶으면 버리면 된다.



# 그럼에도 편해지는 마음


작은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을 읽으면 신기하게도 어딘가 마음이 편해진다. 내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지고, 더욱 간소한 삶을 꿈꾸게 한다. 그만큼 소중한 나의 하루들이 반복되면, 내 인생은 더욱 풍성해지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될 것 같다. 




* 남겨두기


"출근할 준비는 끝마쳤다. 들고 나갈 가방은 현관 근처에 있고 오늘 신을 신발도 이미 꺼내어져 있다. 테이블 위에는 펄펄 끓인 물에 잘 우려진 홍차 한 잔에 레몬이 곁들여져 있고, 이내 마시기 좋은 온도로 고요하게 식어간다. 나는 홍차를 홀짝이며, 아이패드를 꺼내 들어 경제신문 앱으로 주요 기사의 제목을 훑어보고, 몇 가지 도움이 되겠다 싶은 소식은 메일로 보내 스크랩을 한다. 느긋하고 또 느긋하다.

어젯밤 열심히 출근 준비를 해둔 덕분에 집에서 홍차를 곁들인 특별 조식 시간을 벌었다. 집에서 나가기 한 시간 반 전에 일어나 쌀 씻기 - 가벼운 청소 - 스트레칭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몸 치장에 걸리는 시간이라곤 고작 15분. 입을 옷을 고민할 일도, 메이크업이 복잡한 것도 아니니 남은 시간은 모두 조식 먹는 시간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하는 마음보다 내 안의 호사 요정이 호텔 조식 비슷하게 차려 먹으면 하루가 여행처럼 특별해질 거라고 이야기한다. 여행지에서 먹는 조식은 맛보다 여유를 먹는 시간 같다. 바쁠 것도 없고, 긴장될 일도 없는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맞이하는 아침. 유럽의 작은 호텔에서 먹는 그저 그런 크루아상과 홍차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꼭 여행지에서만 느끼라는 법 있나.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일상에도 설렘의 양념을 칠 수 있다." - 65 p.


"언제나 불야성을 이루는 밤거리는 화려하기만 하고, 밤늦게까지 불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시의 삶이라 말하곤 한다.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회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내 마음을 끌지 못한다. 대신 소박함, 따뜻함으로 채워진 집으로 가 다음 날을 위한 준비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에 온전한 정성을 기울인다." - 190 p.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인 시노다 과장은 식사 그림일기를 썼다. 그것도 무려 23년간. 매일 습관처럼 오늘 먹은 끼니를 그림과 글로 적어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개인의 음식 일지이자 놀이에 불과한 습관일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한 개인으로 대표되는 어떤 문화권의 식생활 문화사로도 손색없을 듯한 기록. 시노다 과장처럼 지금의 관심사를 주제별로 오랫동안 정리하다 보면 내가 사랑했던 일상이 하나의 역사로 남을 것 같다." - 227 p.


"마음속에 품은 목표를 이루는 날이 언제일지는 결코 알 수 없다.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상황은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급작스럽게 변하곤 하니까. 그러니 계속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삶의 방향이 된다. 매일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성실하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크고 작은 무언가를 이루곤 했다. 또는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때가 있어 절대 헛되지 않았다.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면 지금을 점검해본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될 테니까." - 238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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