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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May 04. 2020

예술하는 엄마, 예술하는 아내의 하루 루틴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한 남편의 아내라는 일과 한 아이의 엄마라는 일,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나의 일,  이 여러 위치에서의 나는 어떻게 다 흔들림없는 균형으로 설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나에게 주어진 이 역할들을 어떻게 다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여기, 여성이라고, 엄마라고 핑계대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묵묵히 해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정을 돌보면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냈다. 그들은 대체 24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낸 걸까? 주말에는 쉬었을까?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고 잠은 몇 시에 잤을까? 작업은 하루에 몇 시간을 했을까?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그들만의 의식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상사를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을 담고 있다고 해서 완전 끌렸던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제목만 봤다면 안 샀을 책이지만, 이웃 블로그와 북튜브를 통해 책의 내용을 접하고 읽기 시작했다. 열심히 창작을 하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정된 하루라는 시간을 정말 알차게 쓸 것 같은데 언제 일어나서 언제 잠들고, 아침에 늘 하는 행동이 있는지, 자기 전에 하는 규칙적인 일들이 있는지, 업무를 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 자신만의 루틴과 꼭 지키는 방식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다른 호기심은 별로 없는 편인데 그런 건 궁금하다. 관심 있는 사람들의 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시간 소비 방법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예술하는 사람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살았구나 - 때로는 광기도 보일 정도로 -  하는 것이다. 좀 극단적인 사례들도 있었지만 다들 나보다는 열심히 살았고, 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여기 소개된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을 보면, 보통 늦잠을 자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아침 6~9시 사이에는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따뜻한 차와 함께, 신문을 읽으며 밝아오는 새 아침을 시작한다. 개중에는 두 아이를 돌보며, 교직원 일을 하며 밤에는 부지런히 글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작가도 있었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늘 먹는 식단을 일정하게 하는 조각가도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겨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감갔던 사례는 쥴리 머레투라는 비주얼 아티스트. "예전에 머레투는 훨씬 더 오랫동안 일했지만 아이를 갖고 나서 실제로 더욱 생산적으로 일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제 시간을 훨씬 현명하게,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시간을 많이 낭비하지 않아요.'" 나도  아이를 낳고 나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함을 온 몸으로 느끼기에 그런 것 같다.


모든 책임 가운데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 내고야 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힘이 된다. 아이를, 그것도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집안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조용한 시간을 얻으면 창작에 집중하는 여성들. 어떤 상황에서든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음을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 힘을 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이 아래 '남겨두기'에 남겨두기로! 육아와 가정일에 묻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낙심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겨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낸 사람들을 친구삼아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남겨두기


"한 인터뷰 기자가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물었을 때 닐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든 밤에 일했고, 나중에는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갔을 때 일했다고 대답했다. 그림을 중단해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려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이를 낳았다고 작업을 쉬어야겠다고 결심하면 영원히 포기하게 되죠. 그게 아니면 그냥 아마추어 화가로 전락하고 말아요. 아, 물론 몇 달 동안 그림을 중단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몇 년 동안 그림그리기를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기로 마음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림과 이별하게 될 테니까요.'" - 133 p.


"시인 하우의 딸 모드는 늘 궁금했다. '엄마는 어떻게 그토록 많은 일을 해냈을까?' 하우는 시집과 연극 몇 편을 썼는데 그중 많은 작품들은 남편이 문학 활동을 반대하는 데도 굴하지 않고 여섯 아이를 키우면서 쓴 것들이었다." - 135 p.


"클라라는 첫 아이를 낳기 시작해 여덟째까지 낳아 길렀다. 아이들을 돌보고,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남편의 요구까지 들어주면서도 클라라는 공연 경력을 계속 유지해나갔다. 결혼 생활 14년 동안 클라라는 최소 139번의 공공 연주회를 열었다. 이것은 클라라의 자제력과 집념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 141 p.


"'어머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탁자에 앉아서 세상이 깨어나기도 전에 글쓰기를 끝냈어요.' 이렇게 글쓰기를 끝내고 나서 트롤럽은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 집을 관리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보살폈다. 수많은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언제나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앤서니(아들)는 말했다. '어머니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 엄청, 아주, 매우 많았죠. 넘쳐나는 요구사항 때문에 많이 힘드셨어요. 그래도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예요.'" - 147 p.


"1949년 인터뷰에서 잭슨은 이렇게 말했다. '제 인생의 절반을 아이들을 목욕 시키고, 옷을입히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수선하는 데 쏟아붓고 있어요. 모두가 잠들고 나면 타자기 앞으로 가서 다시 창작열을 불태우려고 노력하죠.'" - 161 p.


"'이런 말을 하기는 아주 쉽죠. 음, 오늘 일진이 나빠. 아이들은 말을 잘 안 듣고, 부엌은 문질러 닦아야 하고. 하지만 내일은 더 나을지도 몰라. 다음주나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면 더 나을 거라고 자신을 다독일지도 모르죠.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기계발에 손을 놓고 말아요. 방해를 받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놓지 않으면 저 이면에서 아이디어를 키워나갈 수 있죠. 사실은 그게 훨씬 더 빨리 성숙해지는 길이에요. 조각할 시간은 적어질지 몰라도 항상 조각을 했던 것처럼 그와 똑같은 비율로 성숙해질 수 있죠.'" - 301 p.


"학교에서 일하는 동시에 짬을 내서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때로는 그게 힘들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가진 시간을 활용해야죠.'" - 314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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