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현, 『마이 데스크』
책을 보면서 내 책상을 보게 되는 책. 그러고는 급 정리를 시작한다.ㅋㅋ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 필통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이 친구는 무슨 펜으로 필기를 하는지, 내가 모르는 필기구가 있는지 이런 걸 구경했다. 친구집에 가면 친구 책상과 다이어리, 책장을 보는 걸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동기들 사무실에 들르면 그녀들의 책상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이 동기는 책상에 뭘 두는구나, 이런 건 두면 편하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구경한다. 그래서 요즘에도 왓츠인마이백이나 책장투어 영상들을 좋아한다. 저 사람은 가방에 뭘 갖고 다닐까? 보면서 오, 이런 건 나도 챙겨가지고 다니면 좋겠다,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 사람은 저런 성격이구나, 하며 조금이나마 그 사람에 대해 파악해보기도 한다.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하는 전문직이니 이런 걸 갖고 다니는구나, 하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도 재밌을 것 같았다. 크리에이터 15명의 책상을 털어보는(?) 책. 아무래도 크리에이터들이다 보니 각자의 전문성이 책상에서 드러난다.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이런 전문가들은 이런 물건들을 늘어놓고 일하는구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보다 보면 책상은 주인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적 정체성부터 성격, 취향까지. 필기구나 다기, 자주 쓰는 물건들이나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좋아하는 물건들을 어떻게 배치했는지를 보면 평소 주인이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는지도 보이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책상 위에 온갖 물건들을 늘어놓고 편하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면, 또 어떤 사람들은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필요한 물건만 딱 위에 올려놓는 걸 좋아한다. 갖가지 스타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뭔가 열심히 살고 싶은 자극이 오기를 바랄 때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읽고 나니 나의 책상도 한번 남겨둘까 싶다. 본 지면 가장 아래에.ㅋㅋ
* 남겨두기
"공간은 사는 이의 인생 철학을 담고, 그 안의 물건은 취향을 담는다." - 92 p.
"그의 책상은 온전히 그만의 공간이다. 그가 지내온 추억, 그가 현재 집중하는 작업, 그리고 꿈꾸는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어떤 스타일로도 규정지을 수 없다. 그저 그의 책상은 양태인 자신이다." - 130 p.
"책상 주변 모든 물건은 제각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그만의 취향과 이야기가 녹아 있기에 조화롭다. 이렇게 누군가의 책상이 탐구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 175 p.
"되도록 책상 위에는 불필요한 물건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물건이 많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잡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 필요한 것들로만 놓으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죠. 그래서 마음에 온전히 들지 않으면 아예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비워 둬요. 그리고 물건이 많아졌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수시로 정리를 하죠. 차라리 비워 두는 것이 책상을 더 예쁘게 하고, 그 자리에 계속 앉고 싶게 만드는 거 같아요." - 281 p.
(본 글쓴이의 책상)
내 책상 위에는 바인더를 꾸밀 때 쓰는 스티커, 책 읽을 때 쓰는 포스트잇, 필기도구를 담아두는 상자, 컴퓨터를 할 때 블루라이트를 차단해주는 안경, 메모장과 달력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일력(한참 안 넘기긴 했지만 아침에 그날 할 일을 적어둘 때 쓴다. 버리는 종이가 아까워서..), 노트북, 말씀카드, 시계, 책 읽을 때 차와 함께 하기 위한 미피 코스터, 책 읽을 때 필요한 색연필과 연필 등이 있는 트레이, 언제나 책상 위에 있는 성경책, 시간의 씀씀이와 책 읽은 내용들을 정리하는 바인더, 좋아하는 필기구가 잔뜩 들어있는 필통까지. 요즘은 육아휴직 중이어서 일과 관련된 물건들은 없다. 요즘 주 업무는 육아고, 부 업무가 독서라 책 읽을 때 필요한 것들로 꾸려져 있다. 헤헤
부끄러우니까 이 글은 이렇게 마무리.
남편 저녁식사 준비하러 가야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