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안내직원이 심심해하는 곳
슬슬 베를린에서 여행하다가 폴란드로 넘어갈 생각을 했지만, 폴란드는 바르샤바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제외하면 크게 관광거 리가 많지 않아 멀리까지 가기에는 좀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욕심은 끝이 없고 적은 돈으로 한나라라도 더 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베를린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폴란드의 한 도 시를 발견하게 되었다.
- 폴란드 맛보기
'슈체친; Szczecin' 정확히 발음 하기도 좀 힘든 단어다. 슈체친 은 베를린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폴란드의 도시로 큰 강 을 낀 항구를 포함하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폴란드는 솅겐 조약 에 가입되어 있어 입국심사는 필요 없으나 유로를 쓰지 않아 폴란 드 화폐로 별도의 환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식점 물가가 독일보 다 조금 더 싸다. 베를린에 온 김에 폴란드 맛보기 여행을 하기 좋 은곳 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듯이 한국인들이 관 광지 로는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블로그 글 몇 개 외에는 정보도 별로 없다. 그래서 정보도 없이 무작정 다니기 좋은 공유 자전거 를 빌리고자 했으나, 폴란드어 번역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카드 결제도 안됐다. 그래서 그냥 이리저리 걸어만 다니는 판국에 우연히도 딱 하나 있는 Tourist Information Center를 발견하게 되 었다.
- 심심한 관광안내소
갈 곳도 없고 뭘 구경해야 할지도 몰라 이리저리 팜플랫을 둘러 보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말을 건다. 자전거를 빌리고 싶은데 카 드가 안 된다고 했더니, 나는 현금을 직접 그 사람에게 주고 자신 의 카드로 결제하도록 도와주었다. 게다가 그 직원은 센터를 잠 시 비우고 근처 공유 자전거 거치대로 가서 어떻게 이용하는지 친 절 하게 도와주기도 했다. 폴란드식 족발인 골룽카 맛집을 알려준 것은 덤이다. 어지간히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 곳에 동양인이 혼 자 있으니 직원도 많이 심심했나보다.
- 도시는 축제 중
슈체친에도 유럽 도시 어딜 가나 하나씩 있는 큰 성당이 있다. 혼자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쳐다본 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나를 제외한 동양인은 찾기 힘들었 다. 항구 근처에서 범선과 잠수함을 전시하고, 플리마켓을 여는등 축제가 한창인 것 같았지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느낌은 아니 었 다. 플리마켓에서 도자기 같은 것을 샀지만, 무슨 용도로 쓰이는 지는 아직도 모른다.
가게들도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하고 6시도 안되었는데 기념품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문 닫아야 되니 빨리 나가라는 눈치여서 서둘러 모래 병을 하나 사서 나왔다. 아무래도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대도시와 관광지 위주로 가게 되는데, 처음으로 사람들이 별 로 없는 관광지가 아닌 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축제 중임에도 한산한 마을과 사람이 없는 점심의 레스토랑은 바쁜 여행 일정을 쉬어가게 하는 편안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