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서 본 수녀님들
바티칸은 최초의 교황인 베드로의 무덤에서 시작해서 세상에서 가장 종교적인 장소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성스러운 장소를 관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티칸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차 피 박물관 → '천지창조'가 그려진 시스티나 대성당 → 성 베드로 광장 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장 종교적인 경험이 된다.
- 라오콘상
라오콘 상은 트로이 전쟁 때, 트로이의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 는 걸 반대하던 라오콘이 포세이돈의 바다뱀에 의해 두 아들과 함 께 잡아먹히고 있는 조각상이다. 무겁게만 놓여 있어 정적인 매력 을 자랑하는 다른 조각상과 다르게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뱀과, 후 회와 슬픔 그리고 공포가 섞인 라오콘과 두 아들의 표정 그리고 이 들의 탄탄한 근육이 지금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역동성을 준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고 했지만, 분노한 신에 의해 한낱 인간인 라오콘은 죽고 만다. 라오콘이 못난 아버지 때문에 죽어가는 아들들을 보며 느끼는 인간의 하찮음과 참담함이 조각상에서 그대로 전해져 온다.
- 천지창조
천지창조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의 예배당은 예술품의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과 잡담이 금지되어 있다. 밀폐된 공간이기 때 문에 조금의 소리도 크게 울려서 관광객들이 떠들지 않고 가장 작 은 소리로 이야기해도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울린다. 몇 분에 한 번씩 경호원이 큰 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너무 작은 소리도 울리기 때문에, 모두가 조용히 하고 감상하기는 힘들 다. 밑에서 위를 보면 상당히 높은 곳의 천장에 달린 아담과 신이 보일 듯 말 듯 작게 보인다. 인간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신을 위한 예술이라 제대로 관람하기 힘이 든다.
- 쿠폴라(전망대)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성당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차지 하고 있다. 성 베드로 성당도 예외는 아니라 제일 높은 곳에 전망 대가 있다. 그런데 이런 전망대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중간 까지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2유로를 더내야 하고 여름에도 냉방 장치 같은 것은 없으니 울퉁불퉁한 계단을 땀을 닦으며 등산 하듯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중간에 쉬는 곳도 잘 없고 한 명씩 지나가야 할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고생 끝에 오른 이 위에 서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면 광장이 열쇠 모양처럼 되어 있는 걸을 확인할 수 있다. 바티칸이 천국으로 가는 열쇠 구멍이며, 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오직 하늘에 계신 신에게만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 바티칸에서 본 수녀님들
바티칸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지만, 성직에 계신 분들에게도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티칸 전망 대를 올라갈 때, 지레짐작하기로는 각자 다른 나라에서 바티칸에 연수를 오신 듯한 네 분의 수녀님들을 보았다.(피부색도 서로 달 랐고, 수녀복도 서로 달랐음) 내가 덥고 힘들어서 인상을 팍팍 쓰 며 계단을 올라갈 때, 그분들은 길고 답답한 수녀복을 입고, 천진 난만한 소녀처럼 좋아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내가 힘들어서 빨리 올라가려고만 할 때, 그분들의 한걸음 한걸음에 행복과 미 소가 보였다. 수녀님들은 나보다 한참 늦게 전망대에 올라왔지만, 그 수녀님들이 본 바티칸은 나와 다른 풍경일 것이다.
- 내 가장 성스러웠던 거짓말
오후 내 진행되었던 바티칸 투어가 끝나고, 나는 가이드에게 여 러 질문을 하느라 해산이 조금 늦어졌다. 교황님의 가호가 깃든 기념품을 사고 싶었기에, 기념품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한 수녀님 이 기념품 가게의 영업시간이 지났다고 안 들여보내 주셨다. 나는 순간 너무 기념품이 사고 싶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 친구가 안에 있다고 말했고 그제야 들여보내 주셨다. 너무 뻔한 거짓말이 었지만, 수녀님이 웃으면서 받아줘서 성스러운 조그마한 기념품 을 살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티칸에서 그런 거짓말을 한 게 매우 상스러워서 후회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