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떠나면 고생
즐거웠던 독일 생활도 끝이 났다. 짧은 5개월의 외국 생활은 많은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힘든 경험도 많이 있었다.
- 문화 차이
독일에 온 둘째 날 배가 고파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혼자 부엌 식탁에서 먹고 있으니 같은 셰어하우스(Wege)에 사는 독일 친구들이 와서 말을 건다. "아시아에서는 밥 먹을 때 소리 내면 맛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라고 묻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경 우 에는 아니고 면 종류에는 맞는 거 같다고 얘기했다. 나중에 생 각해 보니 내가 파스타를 먹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거다. 그 리고 한 번은 셰어 하우스 마당에서 하는 바베큐 파티에 초대되어 서 갔는데 알고 보니 내가 고기를 준비해 가야 했던 거다. 각자 구 워 먹을 고기와 맥주를 사가야 먹을 게 있다. 다행히 냉장고에 두 었던 삼겹살이 남아 있어서 아무것도 못 먹는 사태는 면했지만, 미 리 알아보지 못한 내 잘못이다. 그리고 삼겹살에는 지방이 많다고 'unhealthy' 하다는 핀잔까지 들었다.
- 독일 파티
유럽의 파티 문화는 대부분 입석이다. 개강파티라 할 수 있는 Wellcoming party를 기숙사 거실에서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 기 때문에 더 들어올 수 있도록 소파랑 탁자를 치워버리고 모든 사 람들이 서서 이야기한다. 또한 마실 맥주나 술은 자신이 직접 가지 고 와야 해서, 삼삼오오 모여 가는 와중에 한 손에는 맥주를 꼭 들 고 있다. 안주라는 문화 자체가 없어서 술만 한동안 마시다 보면, 속이 쓰리고 몇 시간 동안 계속 서서 떠들고 노느라 다리가 아프기 까지 한다. 게다가 파티에 남미 친구를 몇 명이 있다면, 무조건 누 군가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와서 흥겨운 음악을 틀기 시작한 다. 그리고 사람들이 웨이브를 타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미러볼도 가지고 온다. 즉석에서 클럽이 만들어지고 놀다 보면 어 느새 힘이 들고 집에 가고 싶어 진다. 하지만 기숙사에 산다면 파 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방 바로 밖에서 하고 있다 보니 잘 수 가 없다.
- 과일이 싸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농산물과 소비자 물가가 상당히 싼 편이다. 마트에서 가서 만 원 정도만 장을 봐도 아껴먹으면 일주일은 먹을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잘 못 보던 과일(납작 복숭아, 블랙베리)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래서 REWE(마트) 갈 때마다 딸기나 포도 등 과일을 매번 사 왔는데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인 귤이 들어왔다. 'Mandarine'이라 적혀 있어서 내가 생각한 귤이 라 생각했는데, 집에 가져와 먹어보니 귤 안에 씨가 있어서 먹기힘 들었고 귤보다 오렌지에 가까운 맛이었다. 다시는 독일 귤을 사먹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맛보는 귤과는 종 자체가 다르다. 아마 내가 먹은 딸기를 비롯한 다른 과일들도 그랬을 것이다. 어쩐지 딸 기가 맛이 없더라.
- 인종차별
독일이 이민자도 많이 받아들여서 인구의 5%가 터키 계일 만큼 외국인들에게 관대하고 교육 수준이 높아서 인종 차별이 유럽 내 에서도 드문 편이기는 하나 아예 없지는 않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 기를 보러 축구장을 찾았을 때, 경기를 즐겁게 보고 지하철로 가는 중이었다. 근데 갑자기 어느 남성 한 무리가 와서 내 앞에서 나를 잡고 '와루~~ 루루로~~ '라고 하더니 그냥 지나갔다. 처음에는 이 게 뭔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한 3분 지나야 이게 인종차별임 알 고 기분이 나쁘게 된다. 파티에서도 내가 그냥 취해서 말없이 앉아 있는데 갑자기 어떤 놈이 옆에 와서 의미 모를 소리를 떠들어 댄다. 그놈도 취한 건지 독일어로 떠든 것도 아니다. 기분 나쁘기보다는 솔직히 얼떨떨한 기분이라 내가 어느 지점에서 화를 내야 할지 모 른다. 나중에 다른 친구가 와서 사과하긴 했지만, 나는 여기서 여전 히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