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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Apr 08. 2021

2박 1일의 스위스, 인터라켄

그린델발트에서 트로티바이크 타지마 라

유럽은 비행기에 비해 기차가 훨씬 비싸다. 유럽에는 작은 공항 이 많고 저가 항공사도 많지만, 공항이 시내에서는 멀리 떨어져있 거나, 항공기 지연이 잦아서 불편하다. 반면 기차역은 시내 중심 에 위치해 있고 비교적 정시성을 잘 지키는 기차가 교통수단 중에 서는 가장 비싸고 빠르며 편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나는 한푼이 라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저렴한 버스를 10시간이 넘게 타고 다녔다.


- 스위스에서 2박 1일

스위스는 산으로 둘러싸인 국가라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는 직행이 없고 몇 번씩이나 환승을 해야 하며 스위스 물가가 덕분에 기차값도 비쌋다. 그런데 아침 일찍 베니스에서 출발하여 인터라 켄에 저녁에 도착하는 버스가 하나 있었고, 아침에 인터라켄에서 출발해서 뮌헨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딱 시간에 맞춰서 있었다. 어 차피 물가가 비싼 인터라켄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밤 늦게 도착해서 바로 잠들고, 다음 날 융프라우 올라갔다가,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을 세웠다. 실제로는 2박 3일이지만 사 실상 2박 1일이다. 

- 산악 버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산과 호수만으로도 이미 혼이 나가버렸다. 산길따라 굽이굽이 가는 버스에 멀미가 나기도 하지 만, 어스름한 저녁 노을이 비치는 호수와 그림자에 숨어 꼭대기의 눈만 비치는 알프스산맥은 버스 창가에 내 코를 붙여 놓았다. 밤 늦게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산은 밤의 어둠에 가려져 있었고, 험 악하게 생긴 내 여권 사진을 놀리는 호텔 직원을 뒤로하고 쓰러지 듯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호텔 창 밖으 로 보이는 스위스의 산은 아침부터 산에 취하게 만들었다.


- 융프라우 산악 열차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 등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을 것이라 면 할 일은 딱 하나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산악열차를 타고 정 상까지 가는 것이다. 나는 하루밖에 시간이 없어서 아침 일찍 올 라갔다. 해발 4000m에 달하는 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출발 할 때 화창한 해가 떴고, 가는 도중에 비가 왔으며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도착하고 나서는 융프라우의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 몇 번 찍고 나니 다시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왔다.

융프라우

- 중학교 지리 과목이 쓸모없지는 않았다.

산 밑은 여름인데 반해 산 위는 겨울이다. 융프라우 역에서 나 오면 사방이 눈이라 선글라스가 없으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어서 샌들이나 슬리퍼 신고 올라 가면 발가락에 동상 걸린다. 나는 동신항운에서 주는 쿠폰을 프린 트해갔기 때문에 추운 와중에서 설익었지만 뜨끈한 신라면을 먹 을 수 있었다. 융프라우에서는 교과서에만 보던 U자형 빙하 계곡 과 만년설이 쌓인 혼(horn)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중간고사를 위 해 모식도로 외우기만 하던 지형을 실제로 보면, 그제야 내 중학 교 지리 시간이 쓸모없지만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기찻길 

내려오는 중간 기착지에서 걸어 내려가는 하이킹을 하는 방법 도 있지만, 나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하루 밖에 없는 일정에 빨리 그린델발트에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오는 액티비티를 타야 한다. 그린덴발트 정상에 가니 마침 비가 살짝 와서 나를 환 영하는 무지개가 펼쳐져 있었다.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서 내려 오 는 액티비티가 몇 가지 있는데, 나는 마운틴 카트랑 트로티바이크 를 사용해 내려왔다.


- 스위스에서 다치면 헬기를 불러야 한다. 

마운틴 카트를 출발하니 울퉁불퉁한 길을 가드레일도 없이 조금 만 벗어나면 낭떠러지가 있다. 방향 조작을 미스하면 바로 죽는다. 근처에는 산골짜기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동행이 없다면 신고도 못해준다. 그래도 마운틴 카트는 바퀴가 3개이고 방향 조작이 쉬 워서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트로티 바이크는 그냥 좀 큰 바퀴 2개 달린 킥보드와 다를 게 없다.


트로티 바이크를 타고 출발 하자마자 어떤 외국인이 넘어져서 팔을 움켜잡고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많이 아파하는 것으로 보아 부러진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여기는 차가 못와 서 헬기를 부른다는 말까지 들었다. 아픈 것보다 물가가 비싼 스위 스에서 헬기를 타고 병원까지 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여행자 보험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외국에서 서류 준비 하는 것도 힘든 일이며 자칫 여행자 보험 적용이 안 될 수도 있다. 다치는 것보다 돈이더 무섭다. 나도 이렇게 무서운 줄 모르고 탔으며 내려오는 코 스도 너무 길어서 벌벌 떨면서 최대한 긴장하고 아주 천천히 조금 씩 내려왔다. 다 내려오고 나니 너무 긴장해서 근육통이 생겼다.



무지개 / 마운틴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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