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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삼모델 Jan 23. 2020

해석이 필요 없는 영화 <기생충>

혼자 생각하는 기생충의 상징들

살인의 추억부터 넷플릭스 영화인 옥자까지 꾸준하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뽑아내는 감독이기에, 개봉 예정 소식이 들려올 때만 해도 매우 기대하던 작품이니 만큼 빠르게 보러 갔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황금종려상 로고 뜨는 거 보고 이미 감동해 있었다.


- 섬세한 배경 설정

배경이 한국이니 섬세하게 한국적인 배경 설정이 돋보였다. 달동네와 반지하로 대표되는 기택네 집과 정원이 넓고 계단이 많은 박 사장의 대저택으로 양분되는 한국적인 분위기에도, 이 영화가 외국에게 먹힌 것은 빈부격차를 너무나 디테일하게 잘 나타내서 그렇다. 특히 기택네 집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어지러 히 얽힌 전선과 전봇대들, 노상 방뇨하는 사람과, 노란색 가로등,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좁은 지하와 수압 때문에 높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 변기, 그 어느 하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기택네 가족은 대만 카스텔라 사업 실패와 대입 4수 실패, 미대 입시 실패, 4수와 미대 입시, 그리고 창업은 어느 정도 돈이 있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택에 가족도 원래는 안정적인 중산층인 것으로 추측된다. 연속된 경제적 실패로 중산층도 하류층으로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냄새

냄새는 애초에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우리는 매우 친밀한 부부나 연인이 아닌 이상 서로의 냄새를 맡을 일은 없다. 그런 냄새가 상징하는 것은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다. 기우와 기정이 전부 기택네 사람들이란 걸 냄새로 파악한 다송이 만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에 상관하지 않는 어린이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한 수재로 세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기택의 냄새에 코를 막는 박사장과 연교는 이 선을 넘었다. 기택네 가족의 냄새를 지하철 냄새라고 표현하였다. 박사장네도 원래 중산층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하철은 시민들의 매우 평범한 교통수단인데 비하하는 용어가 되어 사용되어 돈이 있으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는 무시해도 된다는 상류층의 인식을 드러낸다.

- 음식들

작중 인물들이 어떤 술과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통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너무나 잘 알려준다. 초반에 기우는 친구와 편의점 조차 아닌, 동네 슈퍼 앞 의자에서 맥주를 마신다. 제대로 된 편의점도 없는 동네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외로 돈이 조금 생기자 기사식당에 가서 제육볶음을 먹고, 맥주보다 훨씬 싼 발포주를 가족끼리 마신다.

가족들이 전부 위장취업에 성공한 후에는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수입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박사장 네 집에 가서는 비싼 양주를 훔쳐 마신다. 술을 마시다가 기정이가 안주인 줄 알고 먹은 강아지 간식용 육포인데, 비싼 술을 마시고 좋은 집에 있는 상류층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결국 강아지용 간식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하류층일 뿐임을 나타낸다. 또한 이 영화로 인해 짜파구리가 한창 인기를 끌었는데, 짜파구리라는 매우 서민적인 패스트푸드에 한우 채끝살이라는 고급 재료를 끼얹음으로써, 박사장 네 가족에 기생하여 살고 있는 기택네 가족을 비유한다.


프랑스 포스터, cherchez l'intrus는 examaple sentence라는 뜻이다.

- 인디언, 모쓰 부호

미국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의 터전을 잃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미국 의해서 상품화되어 자본주의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작중 순수한 어린이인 다송을 상징한다. 모쓰 부호는 같은 계층 간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하실에서 아무리 모쓰 부호를 보내봐도 박사장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쓰 부호를 알아보는 것은 같은 계층인 기우와 계층을 초월한 어린이, 다송뿐이다.


- 수석

이거 매우 상징적이네요
- 기우 -

영화 전체에 비유적인 요소를 넣다 못해 대놓고 은유를 관객에게 박아버렸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 없어도 누구나 수석은 기우가 다혜를 통한 신분상승 욕망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수석이 물난리 가난 가운데 물에서 떠오르는 것은 가족의 비극으로 인해 비참함이 증폭되어 신분상승 욕망이 최고조에 달해 살인까지 마음먹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기우는 수석으로 머리를 맞은 후 조커처럼 웃음을 조절할 수 없었고 이 수석을 자연으로 돌려놓는다. 신분상승을 위한 집착을 버리고 그 집을 사 아버지를 생활하게 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 사랑

조여정이 연기한 인교는 대학 졸업하기 전 혼전임신으로 결혼했다는 설정이다. 연교는 지적으로 아는 체 하지만 사실은 기택네 가족에게 금방 넘어갈 정도로 무지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어머니로 보이는데,단한번도 아이들에게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딸인 다혜에게는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서 애정결핍으로 만나는 남자마다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천방지축인 다송이는 몸으로 놀아주는 문광과 무릎에 앉혀놓고 가르치는 제시카쌤에는 매우 다정하다.인교는 다송이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아이에게 공포의 대상인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랑스럽게 부엌에 걸어놓는다. 아이들은 가족이 아닌 제삼자들과 더욱 친밀해 보인다.


박사장 부부와 기택네 부부 사이에는 사랑이 상징하는 것 또한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이다. 기택이 계속 '사모님, 사랑하시죠?'라고 묻는 것은 기택 나름의 계층에 대한 도전이다. 박사장 부부에 서로를 사랑하든 안 사랑하든 그것을 묻는 것 자체가 박사장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도전으로 취급한 것이다. 애초에 박사장은 혼전임신으로 결혼한 인교에게 애정이 많아보이지 않는다

 

미국 시트콤 같은 포스터

- 제작비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2~30억 원 정도인데,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 영화 치고는 많은 150억 원의 제작비로 제작되었다. 유명한  봉준호 감독이었기에 이만큼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우리가 재밌는 영화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 악역은?

기택네 가족은 사기를 치고 살인을 해서라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도록 느껴지도록 관객들을 사로잡았지만, 박사장은 죽을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악역도 아니다. 가정부 문광도 기생충처럼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을 뿐, 숙주에게 큰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미성년자인 다송과 다혜를 제외한 모두가 악역이었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기생충은 해석이 필요없을 만큼 비유가 직관적이라 영화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바로바로 이해가 가능한 영화였다. 박서준과 인교가 좋은 관계였다거나 남궁현자 건축가와 문광의 관계 등 봉테일 감독의 세부적인 설정을 보탠 HBO에서 어떤 식으로 리메이크를 할지 기대된다. 미국에서 제작하는 만큼, 인종적인 다양성과 더 풍부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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