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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일기 #3] 두 마리 토끼

임신 9주 차, 산후 조리원 투어

by Sylvan whisper

‘2월은 예약 오픈 했던 날 마감됐어요’


우리가 처음 방문해 본 산후조리원은 2월 전체가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마감이 되었다고 했다.


‘당장 조리원부터 알아봐’


임신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급하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산후 조리원부터 예약하라는 조언을 공통적으로 했더랬다. 우린 곧장 조리원 투어를 나섰고, 이는 우리가 임신사실을 알게된 후 단 이틀이 지난 뒤였다.

어느 조리원을 후보로 올리고 방문을 해볼지, 그러니까 '조리원 투어'의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공부가 필요했다. 조리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임신사실을 알게 된 첫째 날, 병원에 다녀오자마자 우린 조리원 검색에 몰두했고 겨우 4~5군데 후보를 추렸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선택의 참조점, 기준점이 되는 요소는 굉장히 많았다. 집과의 거리, 출산 병원과의 거리, 진료 연계성, 제공식단 퀄리티, 신생아와 직원의 비율, 마사지, 시설, 가격, 면회, 청결 및 위생… 이 모든 걸 다 체크하고 알아보기에는 온라인 검색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을 무엇에 둘 것이냐를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확실히 체감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해서 느껴봐야 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총 3군데의 조리원을 직접 방문했다. 첫 번째로 방문했던 A 조리원은 원장님의 인상과 언행에서 여러 온라인 후기에서 볼 수 있었던 포근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우리의 아이를 진심으로 대해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내가 사용할 방의 크기가 너무나 작았다. 첫눈에 보자마자 답답함이 느껴지는 그런 방이었다. 절대적인 크기가 좁고 창문이 작아 개방감 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었지만, 아내의 심리적, 정서적인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방이 작았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바로 쾌적함과 청결함이 느껴지는 시설을 보유한 B 조리원이었다. 원장님은 친근한 친구 같은 성격을 지니신 분 같았다. 비용이 그만큼 증가했지만, 출산 병원을 옮긴다면 일정 부분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아내의 회복을 도와줄 마사지 코스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특출 난 장점은 없더라도 대부분의 요소가 중간 이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C 조리원은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쳤다. ‘시설이 가장 깔끔하고 장비가 좋은데?’ 가격적인 측면까지 꽤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눈은 달랐다. 리모델링은 되었지만 노후된 건물로 인해 화장실에서 냄새가 올라오고, 각종 비품이 오래된 것이 보였다.




조리원을 다녀보고 여러 요소들을 직접 겪어본 결과, 덕분에 이 다양한 요소들을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었다. ‘산모’에게 중요한 요소와 ‘아기’에게 중요한 요소, 이 둘로 나뉘는 것이었다. 아내의 회복을 위해서는 산모가 지낼 방의 쾌적함과 신체적 회복을 도울 마사지의 퀄리티 등이 중요했고, ‘아기’를 생각하면 원장 및 직원의 전문성, 엄마아빠와 신생아실의 접근성과 투명성, 그리고 무엇보다 청결과 위생 정도 등의 요인이 중요했다.

조리원의 선정이라는 것은 산모와 아기를 위한 환경이 모두 적절하게 형성된 곳을 찾아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듯, 하나가 만족스러우면 다른 하나가 불만족스럽기 마련이었다.


마음이 아픈 것은 ‘두 마리’에 가까워질수록 비용은 치솟았다.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우린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상의 아웃풋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냥 제일 좋은 곳으로 골라. 그냥 제일 좋은 방으로 선택해’ 나는 이 말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그 정도 가격이면 너무 비싸..’ 아내는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끝없이 이 문장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현실세계에서 ‘두 마리 토끼’란 자본을 의미하는 듯 했고, 나는 '아빠 혹은 남편'으로서 내 가족을 위한 사냥 능력이 부족했다.



한 줄 정보

1. 서울권의 평이한 산후조리원 가격은 300만원대 부대 시작한다. (경기권 200만원대도 가능)

2. 산후조리원을 비교분석 하기 위한 기본 요소는 산모측면(마사지, 방 크기 및 시설, 식사 등), 아기 측면(신생아 및 직원 비율, 청결 및 위생, 모자동실, 젤리캠 운영방식 등)으로 나뉜다.

3. 정부보조금인 첫 만남 이용권 등으로도 조리원 결제가 가능하지만 연말정산을 고려하여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 사용 계획을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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