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 하나 차인데
자야지 하고 눕는 순간부터 전쟁이다. 여기서 빨리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면 나는 또 불면증과의 싸움에서 진 거다.
그렇게 잠들고 일어나면 내가 잠을 잤다는 인식조차 못한 채 다시 깨어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은 한 시간, 두 시간, 알람이 울리기 한 시간 전. 다양하다. 무한히 생성되는 내 불면증 시나리오는 기억해 내기도 어렵다. 잠에 들지 못할 때도 있고 잠에 들었다 깨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이게 더 낫다 싶은 것은 없지만 가장 최악으로 꼽는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몇 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기.’
잠에 든 기억도 없다. 깼을 때는 내가 깼다는 사실을 인식도 못한다. 인셉션처럼 꿈에서 꿈을 꾼 것 같은 몽롱한 상태에서 깼다가 다시 잠든다. 이런 상태가 여러 번 반복되면 완전히 일어나서도 현실 자각이 안된다.
최근 현실적인 문제들을 정말 심각하다고 깨닫게 되면서 이 상태가 재발(이라고 표현하겠다)되었다. 대체로 잠을 못 자는 나는 어딘가 공허했던 적이 많았다.
이제는 공허와 싸우는 외로움이 아니라
진짜 내가 지어야 할 무게와 싸우는 괴로움을 마주한다.
계산기를 두들기고 농담처럼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보면서 내가 그리던 미래를 온전히 이루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많은 편견들과 싸워간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고여서 썩어버린 고정관념들은 싸울 엄두도 못 내게 했다. 짧지만 며칠을 반복해서 고민하고 답을 정의하려 했지만 일부는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다시,
평생을 걸쳐서 몇 번이고 깨달았던 사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손에 넣을 수 없다’
이 사실만은 내가 어떻게 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래도 평생에 한 번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도 접어두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잘 지내라고 고마웠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작별인사를 하고 널브러져서 조립도 안 되는 이 고민들을 안고 눈을 감고 싶어지는 순간이 왔다.
내가 안고 있는 고민과 문제들을 아무리 버리고 흘려내도 어느 틈엔가 나에게 돌아오는 이 순간들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대체 나는, 얼마나 더 욕심을 버려야 포기하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