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소녀는

2026년 1월 5주 차

by 가애K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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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라는 단어 앞에 붙는 말이 시간이 흐를 때마다 교체된다. 내가 처음 가진 카드는 유희왕 카드였다. 카드를 살 수 없어서 인쇄하고 만들어서 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


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소녀는 이제 신용카드를 가지고 논다. 지갑에는 네 장의 카드가 각자의 용도가 써진 메모가 부착된 채로 자리한다.


카드를 만들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던 아빠의 말은 거짓임을 증명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구분하지도 못하던 아빠는 결국 자신 스스로가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생까지 가버렸다는 것을 완전히 증명됐다.

그 외에도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수 없이 많이 증명해 냈다. 대학에 가봤자 의미가 없다는 둥, 서울 가봤자 별거 없다는 둥, 회사 다녀봤 자다는 둥


하지만 그들이 맞았던 것도 있다. 사람은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살아야 한다던가, 인스턴트 자주 먹으면 안 된다던가, 부지런해야 한다던가, 사람을 돕고 살아야 한다던가.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자꾸 강조하고 싶어지는 건 아직도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그 무관심과 생일은 물론 1년 내내 울리지 않는 전화, 집에 가도 반기지 않는 태도와 자신들 아쉬울 때만 발동되는 애교 섞인 목소리가 역겹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옆에 있어서 억지로 맞닥뜨렸던 불행들 덕분에 누군가가 자신의 불행을 들이밀며 좌절할 때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이 가끔 어이없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는 위로를 가장한 사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이가 없다.


그래도 짧게나마 자신과 함께 했던 사람들을 위해 소리 없이 그리고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단순히 간식을 올려놨다는 사실 하나만을 전달하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하는 서투른 온기를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들의 덕일 수 있다.


그 수많은 불행 속에서 얻어낸 것이 있다면 결국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고, 방법은 있을 거라는 거.



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소녀는

어떻게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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