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아본 적이 처음이었고, 부동산 거래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스무살 넘은 빌라를 사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동산 강의를 들으며 강사에게 조언을 주고 받으며 매매를 내놓았다. 20군데 정도 부동산에 전화를 했는데 연락온 부동산이 몇 몇 있었다. 매매가 얼마 정도 생각한다고 하니 바로 깎으려는 소장님도 있었으며, 그 가격에는 어렵다 라고 말하는 소장님도 있었다. 부동산 강사는 빌라는 팔기 힘들다면서 중개 수수료를 더 줘서라도 빨리 팔라고 했다.
그렇게 2주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초조해졌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서 호가를 1000만원을 내리겠다고 했다.소장님은 알겠다고 하면서 찾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집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몇몇 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1주일뒤 1층 아줌마를 우연히 만났다. 나는 이런 저런 점때문에 이사를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줌마는 그러냐면서 그럼 우리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장성한 딸과 손녀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손녀에게 방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에 내놓은 가격 그대로 말했다. 아줌마는 딸이랑 이야기해보겠다면서 주말이라도 딸이 쉴 때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주말이 되도 아줌마는 연락도 없고 올라오시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전화하기가 뭐해서 그냥 해본말이었나보다 싶었다. 하루가 지나고 1층 아줌마에게 연락이 왔다. 아줌마는 동생이랑 이야기해봤는데로 시작하면서 오래된 빌라인데 1000만원을 깎아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굳이 1000만원이나 싸게 팔 이유는 없다고 했다. 부동산에 매물 의뢰를 해두었으니 연락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얼마 후 거짓말처럼 일요일,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말이다. 나는 그 때 너무 싸게 내놓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터라 그러면 1000만원 더 올린 금액으로 매도조건을 제시했다. 부동산에서는 우리는 1000만원 내린 가격으로 소개했다고 했다. 나는 다른 매수자가 있다며 1000만원 올린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부동산에서는 알겠다고 하면서 일단 오라고 했다. 우리가 먼저 이야기했으니 그 사람에게 팔면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계좌 오픈 한 것도 아니고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계약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 굳이 그 부동산에 갈 필요가 없었다. 말투가 묘하게 거슬렸고 느낌이 쎄했다.
부동산에 들어가자마자 중개인은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매수자 편에서 기분 나쁘게 했다. 나는 잠시 도덕적으로 말을 바꾼 사람이 되어버리는 게 불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중개사가 그렇게 분위기를 조장했던 것 같다. 그래서 500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우리집이 탑층이고 오래됐지만 수리가 깔끔해서 원래 매수자가 사려고 했던 매물은 아니지만 추천한다는 전형적인 집을 트집잡아 가격을 깎으려는 멘트를 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가격이 아니면 안 팔겠다 하고 일어서면 끝인데 참 나도 순진했다. (순진했다기보다는 밥팅이)
그 뒤로 나는 야생에 던져진 중개사의 멘트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호구였다.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최종 매도시 250만을 또 깎아주는 바보짓을 한다. 아마도 중개사가 했던 말에 멘탈이 털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랬는데 매수자는 계약금을 5%만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사실 조율이 필요한 건데 마치 자기가 말하면 다 그렇게 해줘야한다는 식의 뉘앙스. 부동산과, 매수자가 한 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 분위기가 싫었고, 부동산 강의에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계약금은 10%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쪽도 이 부분은 받아들여줬다. 여기서부터 불평등 조약의 시작이었다.
다음중 제목 OO에 들어갈 말은? 이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2편도 많관부 ~
© chuttersnap, 출처 Unsplash
매수자는 중국 사람이었고 매수후 바로 월세 세팅을 하려고 했고 부동산에서는 집을 잘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있을 때만 보여준다고 했다. 세입자를 빨리 구하고 싶었던 매수자편 부동산에서는 우리집 사진을 찍어서 플랫폼에 올리면 안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750만원이나 깎아준 마당에 굳이 사생활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고 빈정이 상해있었다. 그래서 안된다고 했다. 우리야 팔고 나가는 마당에 매수자가 세입자를 구하든 못구하든 내 알바 아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동산에서 중립적으로 거래를 진행했다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동산 계약서 라는 것을 처음 써보았다. 그 때는 4월이었고 우리가 이사한 날짜는 5월. 생각해보면 잔금도 2달 정도로 여유있게 잡았으면 좋으련만 1달로 잡았다. 똥멍청이... 그리고 이렇게 날짜를 잡게 놔 둔 부동산도 참 너무했다 싶다. 훗날 다주택자가 되어 거래를 해보니 느낀점은 보통 중립적인 부동산에서는 양쪽 입장을 조율하여 거래를 진행한다. 잔금 날짜 그렇게 잡지 않는다고 한 마디만 해줬더라면 넉넉하게 6월 7월로 잡았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매도 계약서를 썼으니 우리는 다시 이사갈 집을 알아보러 다녀야했다.
그 와중에 매도자는 재산세의 50%는 우리에게 부담하라는 말을 했는데 원래 재산세는 6월 1일 기준이다. 우리 잔금일은 5월 24일이었다. 그러면 6월 1일부로 소유한 사람이 내게 된다. 약간 조율할 수도 있으나 빌라 가격이 2억이 안됐다. 재산세 얼마 나오지도 않거니와 가격을 그렇게 깎았는데 재산세까지 반부담하라는 그 사람에게서 노양심을 느꼈다.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가격을 많이 깎아줬으니 재산세는 니가 내세요 라고 했지만 시부모님은 우리가 그동안 잘 살았으니까 기분좋게 반부담하자고 했다. 기분 좋게 낼수가 없었지만 내 명의가 아니라 알았다고 했다.
이 불평등 조약의 결말은?
과연 날짜에 맞는 집을 구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시다면 다음편 시급!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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