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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실화? 돈없는 신혼부부가 신혼집 구하는 법

by 유의미

남편과 결혼하기로 하고 우리는 하나씩 결혼식과 신혼여행 등을 준비해 가기 시작했다.문제는 어디서 살 것인가였다. 둘이 살 집이 필요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경제나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 집이란 그저 깔끔하고 몸을 누일 수만 있는 곳이면 된다고 생각했다.이 말의 의미는 꼭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 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다. 빌라면 뭐 어떠냐 생각했었다.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보지 않아 그랬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당시 나는 교회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시부모님의 집이 마음에 들었다.





빌라였지만 아파트로 치자면 28~30평 정도 되어 보였다. 방 3개, 화장실 2개

신혼부부가 시작하는 집으로는 넓었고 충분했다. 남편은 이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다른 집을 사는 것은 어떤지 물어봤었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이 너무 귀찮고, 대출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귀찮았다는 말의 의미는 부동산이나 집에 대해 잘 모르니까 집을 사는 일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대출로 고생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면 큰일 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리고 반대했던 이유가 하나더 있다면 남편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세곡동이나 서울로 이사가자고 했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등하원을 누가 시켜주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법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는데 부모님이 아닌 누군가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돌보미나 여러 제도들이 있었으므로)





그렇게 우리는 인서울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내가 교회 앞 집을 선택한 이유는 그래도 친정부모님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계신 이 지역을 떠나 타 지역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뭔가 막연했다. 결국 시부모님 명의의 빌라에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우리가 들어가게 됐다. 보증금도 월세도 받지 않으셨지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보증금이 없었던 게 함정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 돈을 대출받았고 그렇게 빚으로 신혼집을 구하게 된다. 기존 집의 노후도가 많이 심했기 때문에 시부모님이 인테리어를 해주셨다. 싱크대를 바꾸고, 도배, 장판,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를 바꾸니 분위기가 완전 달라보였다. 이렇게 꾸며놓고 보니 꽤 괜찮은 집이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는 만 4년 정도를 거주하는데 첫째를 낳고 키웠던 집이다. 4층이었고, 역세권이었고 길 건너면 교회 맞은편, 집 앞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도보로 마세권이었다. 위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첫째가 깊이 잠이 들면 슬리퍼를 끌고 나가 치킨도 먹고 산책도 했다. 아이가 통잠을 자주고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스타일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유모차를 둘 곳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임신했을 때도 4층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한 번 발 삐끗 잘못 내딛으면 떨어질 것 같았으므로. 우리 집은 탑층이었기 때문에 한 번 올라오면 내려가기 싫은 게 단점이었다. 마트에서 시장을 보더라도 그걸 다시 이고 지고 올라와야 했다. 아이를 안고 짐까지 들고 오기란 너무나 힘든 것...





주차 또한 전체세대가 모두 할 수 없었고, 주차장에 누군가가 쌓아둔 에어컨과 각종 짐들로 주차장 두 자리 정도는 막혀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 집은 계단 위에 자꾸 짐이나 적재물을 올려두어서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계단을 가리므로 불편했다. 치우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지금 같았으면 말할 법도 한데 빌라 입주민들이 대개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입꾹... 그렇게 이곳에서 우리는 신혼집이라는 둥지를 내렸고 4년 정도 살면서 우리만의 추억을 많이 쌓았다. 집을 팔고 이사간다고 생각하니 참 멜랑꼴리 했던 우리 명의는 아니었지만 우리의 첫 신혼집.. 이사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 때의 느낌, 감정이 고스란히 생각난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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