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의미 Dec 24. 2023

어서옵쇼. 우리병원 원무과 이름은 원호구

개인 간병 써야 하는 사람에게 공동 간병으로 병실 배치




나는 요양병원에 다닌다. 그전에 대학병원, 종합병원도 다녀봤지만 똑똑한 원무과를 만난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병원은 내가 다녔던 그 어떤 병원보다도 심한 편이다. 재활요양병원 특성상, 발병일 기준이 중요하다. 발병일이 최근인 환자는 병원 기준으로 말그대로 돈이 되는 환자다. 이런 환자들은 재활치료를 여러 개 들어갈 수 있고, 그 말은 곧 건강보험공단 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등에 청구해서 받을 fee(돈)가 많을 것이다. 내가 있는 병원은 공동 간병, 혼자 단독으로 있을 수 있는 개인실이 있다. 개인 간병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이런 단독방에 체류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환자들의 특징이 발병일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섬망이나, 소위 말하는 손이 많이 가는 환자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간병이 아닌 개인 간병을 써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원무과에서는 일단 공동 간병으로 받아놓는 것이다. 개인 간병 써야 한다고 하면 보호자들이 입원하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을까봐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처음 입원시부터 개인간병을 써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실제로 그렇게 개인 간병사를 대동해서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는 매우 다르다. 우리(간호사) 입장에서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약조절도 해보고 밤동안 수면패턴도 관찰하면서 그래도 안되면 원무과에게 이야기해서 보호자를 통해 개인간병을 써야한다고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다. 하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너희들이 공동 간병 해도 된다고 했잖아. 왜 개인 간병을 써야하는데 라는 식이 많다.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 그러니 원무과에서 나중에 전화한다고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개인 간병을 써야하는 케이스인데 오히려 그러면 퇴원하겠다라고 하는 보호자도 있고, 돈이 없어서 개인 간병 못쓴다.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보호자들도 있다. 그러면 그 환자의 섬망과, 지리멸렬한 말들과 침상에서 내려오려는 행동(낙상 위험성이 높다.)을 제지해야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간호사) 걱정하는 사람도 우리 뿐이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렇게 일처리를 하는 원무과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병원이 그렇겠지만 원무과에서 처음 입원할 때 정확하게 적재적소에 환자를 배치하고 보호자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설명을 잘 해준다면 병동 올라와서도 간호사, 주치의가 일하기 편하다. 그래서 원무과 간호사, 재활 치료실, 주치의 이 네 부서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건 뭐 원무과가 안티인 셈이니...








외출, 외박 한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몇명이든 기준 부재의 문제




또 외출, 외박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아직 우리 나라는 코로나 상황이다. 아마 다른 나라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신속항원 검사 음성이 나와야 면회가 가능하다. 평일 기준 면회는 10시부터 4시까지, 토요일도 10시부터 4시까지다. 문제는 당직이 일찍 퇴근하는 일요일이다. 원칙적으로 일요일 면회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요일 당직(총무과나 원무과에서도 돌아가면서 하는 모양...)이 12시~1시 정도면 퇴근하는데 신속항원 검사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고, 일요일이다 보니 보호자들이 지나가면서 들리는 격이다. 그런 사람들을 제지하는 인력이 없다는 점이 첫번째 문제고, 두번째는 사전에 면회예약을 하지 않고 병동으로 전화를 걸거나,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지금 오고 있는데 당장 면회하게 해달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1 형평성의 문제. 기존 전화로 미리 예약한 사람들에게 못할 짓이다. 2 코로나로부터 과연 안전할까? 어디서 어떻게 전파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신속항원도 확인할 수 있는 인력이 없고 그런 상태에서 면회를 시켜준다(?) 감염 전파의 우려가 있다. 그리고 타요양병원의 경우 면회를 1주일에 1회, 2명까지만 허용하는 반면, 우리 병원은 그런 점에서도 world wide hosipital이다. 그런 제한 따위는 두지 않는다. 1주일에 2번 하는 사람도 있고 심한 사람의 경우 예전에 정말 3~4일.. 매일 오다시피 하는 보호자도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바에 집으로 모셔가서 매일 보면 될 것 같은데 왜 다들 병원에만 오면 효자 효녀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애초에 그걸 차단하지 않고 수용한 원무과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발병일 좋으면 VIP일까? 2인실 뚝닥 만들어줌, 무조건 입원시키겠다는 의지.  




다른 층에서 다투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발병일이 얼마 되지 않아 2인실로 옮겨준다고 했나보다. 하필 그 2인실이 우리병동에 있었고 그 분들이 우리층으로 오게 됐다. 이 분들은 전동휠체어로 종종 마실을 다녔고, 너무 케미가 맞는 3사람이라(보호자까지 해서) 사이좋게 2~3달간 2인실에서 지냈다고 한다. 상급 병실료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으로 의하면 다른 층에서 싸우고 나서 퇴원하겠다고 하니 원무과에서 다른 층으로 옮겨줄테니(2인실) 퇴원하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고 한다. 이분은 입퇴원을 반복하는데 입원할 때도 병원차로 모시러 갔다고 했다. 물론 매번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보호자에게 직접 들어서 그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행려환자, 보호자 없는 환자, 다른 병원에서는 데려가지 않는 환자를 모시고 오는 정성...




급성기 병원에 다닐 때도 행려환자(노숙자나.. 무연고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보호자 없는 환자를 보기는 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오면 말이 조금 달라진다. 급성기 병원에 비해서 더 장기로 입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분들이 보호자도 없고 돈도 없어서 당장 필요한 기저귀, 드레싱 재료대, 처치대가 필요한데도 살 수 없다는 것. 이런 경우 원무과에 연락하여 일단 병원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걸로 했다. 또, 욕창이 너무 심해서 재활 치료 자체를 할 수 없는 사람(이런 경우 소위 말하는 돈이 안되는 환자다. 왜냐하면 재활치료를 해서 수가를 받아야 하는 데 욕창이 너무 심하면 재활 치료 자체를 할 수 없고, 그럴만한 진단명도 아니다.) , 타 병원에서 쫓아내다시피 해서 쫓겨온 환자, 술마시고 강퇴당했는데 다시 재입원을 받아준다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관용과 친절을 베풀었다. 속으로 호구도 이런 호구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 병원은 홍익인간과 나이팅 게일의 마인드를 제대로 장착한 병원인가보다.




착한 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덕을 쌓는다 주문을 외우며 일하고 있는 중이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제 글이 도움 되셨다면

재밌게 읽으셨다면

공감하셨다면

라이킷, 구독, 댓글





구독자님의 라이킷 구독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다음 글 업로드 속도가 빨라집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시다면 프로필 참조

공감하는 댓글과 구독 시작을 클릭하세요  




저의 다른 콘텐츠가 궁금하시다면 유의미 클릭!

협업 및 제안은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이전 06화 주치의가 퇴사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